![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LG전자는 내부 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협력업체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삼성전자 독주체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414/art_16175911015331_af2df0.jpg)
【 청년일보 】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LG전자가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어 MC사업본부가 맡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어 MC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고 영업정지를 공시했다. LG전자는 영업정지 사유에 대해 "사업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 부진"이라며 "내부 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월 적자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지 두 달 보름 만이다. 그동안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여의치 않자 철수로 최종 진로를 잡은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뒤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적자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손익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동차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 그동안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은 물론 중국의 제조업체에 끼어 고전해 왔다. 국면 전환을 위해 프리미엄폰 중심에서 중·저가폰 라인업을 확대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하고,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중 확대에도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LG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지만 26년만에 철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뗀 빈자리를 어떤 사업으로 채워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 높은 몸값으로 매각 협상 진척 부진
LG전자는 당초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거론됐던 베트남 빈 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하며 MC사업본부 전체, 혹은 일부 매각을 타진했지만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인력을 제외한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공장, 특허권 정도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팬층이 남아있는 한국, 북미시장을 고려해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안팎이라 높은 값에 사갈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LG전자가 완전 매각과 분할 매각 등을 모두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방향을 정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전자가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의 출시를 전면 보류하고, 새로운 승부수인 'LG 롤러블'의 양산을 포기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취임 후 3년이 지난 구광모 회장이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낸 결정이 바로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극심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성 때문에 철수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 미래 성장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구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가 추진해 온 미래 성장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에 투입했던 인적ㆍ물적 자원을 자동차 전장사업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LG전자가 모바일 기술과 미래 성장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특허 및 기술의 내재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해 온 핵심 원천기술, 지식재산권(IP), 특허 등의 내재화를 통해 미래 성장사업에 상당 부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으로 오는 7월 출범하는 LG마그나가 애플로부터 애플카 생산을 위탁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전 등 핵심사업 호조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LG전자의 손익과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고용 승계와 달리 하청업체는 후폭풍
지난해 12월 말 현재 MC사업본부의 임직원은 3,449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인력을 전장(VS)사업본부나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LG에너지솔루션 등 전장·배터리 계열사로 전환 재배치해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른 고객 보호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G 스마트폰 AS의 경우 전국 베스트샵과 서비스센터 등에서 지금처럼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LG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해 온 YN테크, BK테크, 덕용ENG 등 협력업체들이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결정되면서 1차 협력업체부터 2차, 3차로 이어지는 도미노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스마트폰 하청 구조에서는 1차 협력업체의 일감이 사라지면 2차, 3차업체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직원들에게 고용 유지를 약속하며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협력업체에 대한 메시지는 아직 없는 상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삼성 독주 심화 전망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체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LG전자 점유율을 10%였다. 지난해 1월 점유율이 18%, 2월 14%였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8%포인트, 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1월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1%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2월에는 69%로 4%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 독점 수준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아이폰보다는 이미 익숙한 안드로이드 OS(운용체제)를 가진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