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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이후 팬데믹 불러올 숙주동물 찾기 나선 과학계

박쥐·사향고양이·천산갑 외에 사바나원숭이·고슴도치도 새로운 후보군 등장
다음 팬데믹 연루 동물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의 접촉' 여부

 

【 청년일보 】 팬데믹(Pandemic)은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에 해당된다. 전염병 경보단계는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있는데, 6단계가 바로 팬데믹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을 하지 못하는 분자 덩어리다. 숙주동물에 기생하지 않을 때는 생물체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숙주동물에 침투하면 자신의 유전 정보를 복제하며 급속히 증식한다. 과학계가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기는 숙주동물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과학계가 숙주동물 후보군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 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박쥐, 천산갑 같은 숙주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됐다는 가설이 사실상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이런 동물을 파악하는 것이 다음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구는 숙주동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전파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사람→동물→사람으로 재감염되는 경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런 재감염은 바이러스가 변이할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인 팬데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과학계는 숙주동물끼리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경우도 연구중이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교환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19뿐 아니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같은 많은 전염병이 아시아의 사향고양이, 낙타, 설치류 등에 사람이 접촉하면서 광범위하게 확산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숙주동물에서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위험을 정량화하고 정확히 예측하는 연구가 촉발됐고,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동물까지 면밀히 관찰하는 흐름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영국 리버풀대학의 마야 워데 박사는 "우리는 다음 숙주동물을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포유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숙주동물로 자주 등장했던 관박쥐, 사향고양이, 낙타, 천산갑 외에도 아프리카 사바나원숭이, 아시아 노랑박쥐, 고슴도치, 유럽 토끼 등이 연구 결과 새로운 후보군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캐리 생태연구소 바버러 핸 박사의 최근 연구도 이 같은 움직임의 한 사례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동물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에 결합해 침투한다. 핸 박사는 ACE2 수용체를 동물의 섭생·신진대사·생명활동에 대한 정보와 연결해 어떤 종이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고, 이를 다른 종으로 전파하는지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향후 팬데믹을 예측하는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인간의 행동 방식이 몰고 오는 팬데믹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농장과 시장에서 가축과 야생동물을 취급하는 것은 물론 개발을 이유로 산림을 벌채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인간이 접근해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바이러스 학자인 사이먼 앤서니 박사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경로가 너무 많다"며 "이를 모두 염두에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가축과 같은 산업적으로 중요한 동물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돼 자료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만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은 염기서열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인 마시에이 보니 박사는 "코로나 19 팬데믹 전에는 박쥐 연구에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었다"며 "박쥐가 어둡고 먼 곳에 군집생활을 하는 특성 탓에 연구자가 접근하기도 어려워 박쥐가 바이러스로 죽는다고 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리 생태연구소의 핸 박사도 "일부 동물의 ACE2 수용체 염기서열 자료가 불완전하다"며 "포유류 동물 6000종 가운데 142종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마저 팬데믹 예측과는 별로 관계없는 동물도 있다"고 지적했다.

 

핸 박사는 "사람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람과 거의 접촉할 일이 없는 흰오릭스보다 바이러스를 보유하면서 사람과 섞여 사는 흰발 생쥐가 주요 관찰 대상이 된다"며 "다음 팬데믹에 연루될 동물을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의 접촉 여부"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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