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6 (토)

  • 흐림동두천 20.7℃
  • 흐림강릉 27.1℃
  • 서울 22.9℃
  • 흐림대전 24.4℃
  • 구름많음대구 24.7℃
  • 구름조금울산 23.6℃
  • 맑음광주 25.3℃
  • 박무부산 22.8℃
  • 구름많음고창 25.4℃
  • 박무제주 25.4℃
  • 흐림강화 20.6℃
  • 흐림보은 21.6℃
  • 구름많음금산 22.7℃
  • 맑음강진군 25.8℃
  • 구름많음경주시 24.1℃
  • 구름많음거제 24.2℃
기상청 제공

쌍용자동차, 청산가치>존속가치···'쉽지 않은' 기업회생

회계법인 조사보고서, 청산가치 9820억원으로 존속가치보다 3620억원 높아
'새 주인' 찾기 나섰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산업은행의 추가 지원도 '난관'

 

【 청년일보 】 기업회생은 한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부채를 영업이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일부를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부채를 조정해 회생 발판을 마련해 주는 법정관리 제도다.

 

기업회생은 청산가치보다 기업계속가치, 즉 존속가치가 높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경우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3620억원 높다는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가 나오면서 산업은행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청산으로 가는 것이 회계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대량실업을 막기 위해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과 함께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이 나올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1일 "법원 조사위원의 보고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청산가치는 약 9820억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날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과 정용원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은 각각 조사보고서와 관리인보고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쌍용자동차는 EY한영회계법인이 조사보고서에서 회사의 존속가치를 평가하며 글로벌 자동차산업 조사기관인 LMC 오토모티브와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자동차시장 전망치를 각각 적용해 2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치를 적용할 경우 존속가치는 약 6200억원으로 청산가치가 3620억원 가량 더 높게 나온다. 이는 IHS 글로벌 인사이트가 2027년 이후 국내 자동차시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점유율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반면 SUV가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 LMC 오토모티브의 전망치를 적용하면 쌍용자동차의 존속가치는 1조4350억원으로 청산가치를 4530억원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쌍용자동차는 전했다.

 

쌍용자동차는 특히 "조사보고서는 청산을 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채무자의 잠재력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할 경우 존속가치는 추정된 수치를 초과할 수 있으며,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인수자의 사업 계획으로 시너지가 발생해 존속가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의 설명과 달리 실제 조사보고서는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치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쌍용자동차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자동차가 시나리오 2가지 중 하나라고 밝힌 LMC 오토모티브 전망치를 토대로 한 수치는 일종의 참고용으로 조사보고서에 첨부된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자동차는 회생 계획 인가 전 M&A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존속가치와 청산가치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협력업체 등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자 조사보고서 내용을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자동차는 이달 30일까지 인수 의향서 접수를 받은 뒤 후보 심사와 예비실사 등을 거쳐 9월 말쯤 우선협상자를 정할 계획이다. 먼저 M&A를 통한 투자 계약을 맺은 뒤 이를 토대로 회생 계획을 작성해 법원의 인가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정용원 법정관리인은 "현재 다수의 인수 희망자와 접촉하고 있어 M&A의 성공을 확신한다"며 "M&A 이외에도 자구계획을 포함한 다양한 회생 방안을 검토·실행하고 있어 반드시 기업 정상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유력 투자자였던 HAAH 오토모티브 외에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 모터스, 그리고 전기자동차 업체인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가 공동으로 인수 의향을 내비친 상태다.

 

하지만 필요한 인수 대금이 8000억∼1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데다 인수 후보의 자금 동원력을 고려하면 매각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설령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쌍용자동차의 자립과 성장을 도울 만큼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회생을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넘어야 하는 것 역시 과제다.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GM을 붙잡기 위해 8000억원이나 투입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탓에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GM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쌍용자동차에 수천억 원을 대출해 준 상황이다. 쌍용자동차가 회생에 실패하고 청산되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추가 지원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8일 "신랑(투자자) 없이 각시(산업은행)가 뭘 하겠느냐"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쌍용자동차의 자구안에 대해 "인수 후보자 관점에서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쌍용자동차 내부 문제 역시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오랜 경영난에 이렇다 할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뒤떨어진 상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부품 구매에 애를 먹으면서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한해에만 20% 넘게 줄었고, 부채비율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낙후된 생산시설로 1000원어치를 팔아 30원을 채 남기지 못하는 고비용 구조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마디로 쌍용자동차가 '생존'을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