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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과 '오버랩'되는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중흥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인수가격은 2조1000억원
외부 차입 없는 인수로 재무적 위험 적지만 시장은 불안한 시각

 

【 청년일보 】 건설업은 경기의 부침을 잘 타는 업종이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M&A) 이후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12월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가격을 감당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18개 금융기관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3조원 가량을 빌렸다. 재무적 투자자란 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때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는 투자자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배당금이나 원리금의 형태로 수익을 얻는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주식에 대한 풋백옵션(매도 선택권)을 제시했다. 그해 말까지 대우건설의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2000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차액을 매워주기로 한 것이다. 행사가격은 옵션 계약에서 매입자가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권리를 행사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이 같은 풋백옵션이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건설경기 침체로 한 때 행사가격의 5분의 1까지 떨어지는 등 바닥을 해맸다. 대우건설의 주가가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돈은 최대 4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갚아야 할 돈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인수 과정에서 생긴 부채로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했다. 토해 낸 것이다.

 

산업은행은 틈틈이 대우건설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17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전했던 호반그룹은 협상 막바지에 발을 뺐다. 급기야 산업은행은 2019년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후 대우건설 정상화와 투자회수 업무를 이관하게 된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8조1400억원, 영업이익은 5600억원이다. 특히 4분기에는 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1400억원의 삼성물산, 900억원의 현대건설을 제쳤다. 재무 상태도 개선됐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247%, 121%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의 유동부채에 대한 비율로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 능력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지급 능력이 커진다. 

 

이처럼 재무 건정성이 탄탄해지면서 원자력발전소 시공 기술이나 베트남 신도시 개발 등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된 대우건설의 경쟁력도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주택사업 확장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수월해 진다. 재계 순위도 한층 올라갈 수 있다. 탐나는 매물임에 분명하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일 중흥그룹의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2조1000억원이다. 경쟁을 벌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인수가격으로 2조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이 자금조달 계획 등에서 본계약까지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흥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각각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KDB인베스트먼트와 구체적인 인수 방식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29일 중흥건설이 인수 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서 재입찰을 하게 됐다. 

 

배경은 호반그룹의 호반건설이다. 중흥건설은 경쟁 회사인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응찰하지 않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인수하지 않을 수 있다며 수정 제안을 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은 재입찰 끝에 중흥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중흥그룹은 지난 1983년 설립된 중흥주택이 모태다. 하지만 중흥주택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76.74%)인 중흥건설과 정원주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중흥토건이 지배구조의 '투톱'이다. 정원주 부회장은 정창선 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중흥그룹은 페이퍼컴퍼니를 대거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확보한 일감을 계열사에 배분하면서 후계 구도까지 완성했다. 지분 승계가 아닌 매출 배분으로 후계자가 지배하는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중흥그룹은 주택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상업용 부동산에도 진출했지만 플랜트 등 엔지니어링 분야에는 경험이 없다. 기획이나 마케팅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광주에 기반을 둔 중견기업으로 수도권 지역을 담당하는 조직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면 재무와 인사는 지배주주가 직접 챙긴다. 대우건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부문의 자금흐름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은 '암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7년 호반그룹이 협상 막바지에 발을 뺀 것도 해외사업 부실이 이유였다. 현재 대우건설의 수주잔고 38조원 가운데 8조원이 해외사업이다.

 

인사 역시 제한적이다. 중흥그룹 내에 대체인력이 없는 만큼 현재의 인력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여력이 없다. 중흥그룹으로서는 상장기업도 대우건설이 처음이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 이에 따라 최종 인수가 확정되더라도 당분간은 대우건설의 기존 경영진에 위탁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35위다. 중흥토건은 15위다. 중흥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재계 순위 47위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6위에 자산총액 9조8470억원으로 재계 순위 42위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시공능력평가 기준 평가액이 11조8796억원으로 삼성물산(20조8461억원)과 현대건설(12조3953억원)에 이어 3위에 등극한다. 자산총액은 19조540억원으로 재계 순위는 20위권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 계산이 그려내는 장밋빛 미래일 수도 있다. 대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다른 계열사와 사업을 함께 벌이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의 경우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또한 대우건설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와 '써밋'이 중흥건설의 'S클래스'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흥그룹은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할 예정이다. 브릿지론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차입금을 말한다. 하지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 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오버랩' 되는 것은 새우(중흥그룹)가 고래(대우건설)를 삼킨 데 따른 부작용이나 후유증 우려 때문이다. 최근 대우건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 역시 불안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당장 승자의 저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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