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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씨젠의 실적 기상도는 '맑음'

변이 바이러스 확산될수록 진단키트는 물론 진단장비 수요도 증가
코로나 19 이후 겨냥···확보된 자금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 청년일보 】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변이 바이러스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돌연변이의 목적은 더욱 쉬운 세포 내 진입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가공할 전파력이다. 이 때문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1918년 유럽에서 발생해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다는 말이 나온다. 스페인 독감은 환자 1명이 평균 2명을 감염시켰다. 반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5~10명에게 전파한다. 변이가 일어나기 전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확진자 한 명이 평균 2~4명을 감염시켰다.

 

현존하는 코로나 19 백신이 통하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전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은 14.6% 수준이다. 한마디로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새로운 차원의 악재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자진단 및 진단키트 전문기업 씨젠의 실적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씨젠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매출 동향을 보면 2018년 1023억원, 2019년 1220억원에서 지난해 1조1252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1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762억원, 50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16%, 1784%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씨젠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518억원, 영업이익은 193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0%, 388%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55%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일종의 판매 마진인데,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다. 

 

올해 초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관련업계에서는 씨젠의 급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 때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진단키트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키트 때문에 인력과 생산설비를 대규모 확충했던 부분도 우려를 키웠다. 

 

씨젠의 코로나 19 관련 매출은 전체의 80%에 달한다. 또한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국가도 65개국에 이른다. 이 때문에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실적도 크게 달라질 개연성이 높다. 특정 분야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련업계의 관측은 말 그대로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수록 씨젠이 개발한 진단키트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씨젠은 지난해 진단키트 '올플렉스 코로나 19'를 긴급 승인 받았다. 이어 진단 정확성이 업그레이드 된 '올플렉스 코로나2', 그리고 바이러스 5종의 감염 여부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올플렉스 마스터'를 선보였다. 올들어 지난 2월에는 변이 바이러스 4종을 한 번의 검사로 알아내는 멀티플렉스 진단시트 '올플렉스 코로나2 베리언츠1'을 개발했다. 

 

씨젠은 이 같은 4개의 제품 중 올플렉스 마스터와 올플렉스 코로나2 베리언츠1에 대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 허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씨젠은 글로벌 시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민철 씨젠 기술국장은 5일 "전염성의 상승, 짧은 잠복기, 백신 효능 감소가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이라면서 "두 가지 진단시트는 델타 변이를 비롯한 변이 바이러스를 조기에 발견하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진단키트는 신약 개발에 비해 성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파이프라인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이란 제약업체에서 연구개발(R&D)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제약산업은 장기투자 업종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수혈해 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 구축이 중요하다.

 

하지만 씨젠에게는 또 다른 병기가 있다. 바로 진단키트와 함께 사용되는 진단장비다.  

 

진단장비는 씨젠의 진단키트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씨젠은 현재 글로벌 체외진단기 업체인 바이오라드(Bio-Rad)가 공급하는 유전자 증폭장비 CFX96에 전용 기술을 탑재해 재판매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씨젠의 진단키트와 진단장비의 상호 의존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씨젠의 진단키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씨젠의 진단장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씨젠의 진단키트 수요가 늘어나면 진단장비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한다. 지난해 씨젠은 글로벌 시장에 진단장비 1600대를 판매했다. 지난 2010년 진단장비 판매를 시작한 이후 2019년까지 누적 판매량은 1900대 정도다. 지난 한해 진단장비 판매량이 전체 진단장비 판매량과 맞먹는 셈이다.

 

씨젠은 지난달 1일 바이오라드와 진단장비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현지 유통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라드의 진단장비 담당 사장인 다라 라이트는 "씨젠 진단장비의 독특한 설계, 정확한 화학작용, 멀티플렉스 진단기술은 동시에 여러 변이 바이러스의 검사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씨젠의 멀티플렉스 진단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러 개의 타깃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진단키트 사용을 위해 진단장비를 구입하는 의료기관 등 고객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진단장비 판매가 증가하면 씨젠의 다른 진단키트의 판로 역시 넓어질 수 있다. 코로나 19 진단키트 이외에 자궁경부암, 성 매개 감염증 등 씨젠의 다른 진단키트 역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씨젠의 향후 행보는 코로나 19 이후를 겨냥할 공산이 크다. 진단키트 등의 매출로 확보한 자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후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올해 2월 인수합병(M&A) 총괄 부사장으로 박성우 전 대림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3월 미국의 CNN 방송은 '이 한국 기업은 어떻게 3주 만에 코로나 19 진단키트를 만들었나'라는 타이틀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진단키트를 개발한 씨젠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천종윤 대표는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분자진단 및 진단키트 전문기업인 만큼 미리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씨젠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이 같이 빈틈없는 준비 속에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 청년일보=정구영·최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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