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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퐁퐁단?" 설거지론 유행어 '떡상'에...남녀 커뮤니티서 '갈등확산' 조짐

미투, 82년생 김지영 열풍 이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서 '설거지론' 연일 화제
남성 커뮤니티 "20대때 잘 생긴 남자들만 찾더니 결혼때 능력있는 호구 찾아"
여성 커뮤니티 "선택받지 못한 도태된 남성들, 이상한 유행어 그만 만들어라"

 

【 청년일보 】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내에서 '설거지론'을 두고 남녀간 공방이 벌어지는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 

 

최근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해 블라인드, 네이트판 등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설거지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신의 경험담과 유행 밈(meme), 설거지론에 대한 개인적 견해들이 게시글로 올라오며 뜨거운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2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량조회시스템 '데이터랩'에 따르면 '설거지론'이라는 신종 키워드가 폭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며 일일 키워드 검색량이 전주 대비 100배 이상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미투' 사건과 2019년 개봉된 영화 '82년생 김지영' 열풍에 이어 젠더간 또 다른 신종 유행어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설거지론 보고 공감가는 유부남 손 들어 보세요"...누리꾼 사연 화제

 

지난 23일 유부남이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제가 설거지 당한 것 같습니다"면서 본인 스스로 '설거지'를  당했다며 자신의 고민을  한 인터넷게시판에 올렸다. A씨는 남중, 남고, 공대, 명문대 석사를 거쳐 현재 자동차 관련 기업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서른 살의 나이에 아내를 처음 만났다는 그는 "술을 마시고 호감 표현을 받으니 연애 속도가 속전속결이었다"며 "결혼 후 아내는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3번이나 떨어졌지만 임신을 했었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아내는 현재 일하지 않고 쉬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아내는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 쉬겠다고 선언해 혼자 외벌이를 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아내는 프로필 사진에도 결혼식 사진 외에는 남편인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지도 않았다"면서 "전해 듣기론 예전의 애인에게는 애교도 많이 부렸다는데,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내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못 봤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아내의 모습에 자신이 설거지를 당한 것이 아니냐고 누리꾼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남성 누리꾼들을 "아내가 밥은 차려주냐 비참하다", "여기저기서 설투(설거지론+미투)가 나오고 있네" 등의 격한 반응으로 응답했다.

 

이처럼 남성 커뮤니티의 '설거지론'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은 요약하면 이렇다.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아내가 전업 주부를 선언하고 맞벌이를 하지 않고 있다거나, 남편의 경제권이 아내한테 완전 귀속되면서 용돈을 받고 사는 삶을 살고 있다거나, 또는 남편이 일궈놓은 모든 재산을 여성의 외도 등의 사유로 이혼해 재산을 분할 당하는 사례들로 비꼬아 해석되면서 이른바 '취집'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달부터 관심을 폭발적으로 야기하며 확산되고 있는 '설거지론'은 취집과 달리 사람들을 세제 같은 '퐁퐁'이나 식기, 그릇에 비유되는 등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꼬집는 시각도 적지않다.

 

 

◆'퐁퐁단', '지뢰설치반', '퐁퐁시티' 의미는? '설거지론' 세계관 속속 나와

 

현재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설거지론에서 파생된 새 유행어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퐁퐁단을 비롯해 지뢰설치반, 퐁퐁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퐁퐁단은 외모는 좀 부족하나 본인의 노력에 의해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쌓아 2030 결혼시장에 나온 능력있는 남성 또는 이미 결혼한 남성(유부남) 중 극히 발언권이 제한되고 경제권을 아내에게 박탈 당해 여가 활동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남자들을 의미하고 있다.

 

반면에 지뢰설치반은 연애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위를 차지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단어다. 이들은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을 바탕으로 젊은 시절 여럿 이성들을 만나는 분류다. 즉 한 이성하고만 교제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여성들과 한 시절 쾌락을 즐기는 삶을 보낸 뒤 퐁퐁단에게 매력적인 이성들의 노후를 맡긴다고 해서 '지뢰를 설치한다'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지뢰설치반'이라고 표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남성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기혼 남성들만 경제 활동을 주로 하고 기혼 여성들은 기혼 남성이 벌어오는 돈을 받아만 쓰는 풍조를 힐난하는 한편 백화점 매출이 비교적 높은 신도시를 '퐁퐁시티'라고 표현하는 등 자극적인 풍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각에선 "서로 사랑하는데 왜?"라며 반박 불가도

 

이들 사이에서는 못생긴 외모의 남성이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성보다 연애시장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을 스스럼 없이 표현하고 있다. 외모가 평균 이하라고 평가받는 남성들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벌과 재산, 능력을 키워서 결혼시장을 노크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20대 청춘을 투자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레벨업'을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스펙을 높여 결혼시장에서 잘생긴 외모의 남성들을 능가할 조건을 만들어 결혼 시장에 진출(?), 여성들에게 소개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신의 능력을 키우거나 모든 점에서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이른바 '외모만 부족한 남성'들은 '설거지론'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설거지론은 '외모 빼고 모든 게 괜찮은 남성들'을 설거지 하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 남성들은 이 같은 표현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표출하고 있다. 설거지론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매력적인 남성들과 매력적인 여성들은 20대 때 '즐길 건 다 즐기고 책임을 매력이 떨어지는 남성들에게 넘겨 부러울 게 없다'라는 논리로 강변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유행어가 확산되면서 이전까지의 잰더 관련 이슈의 양상이 남성과 여성의 논쟁이 주류였다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설거지론은 미혼 남성이 기혼 남성을 "까는(공격하는" 양상으로 변화하면서 또 다른 젠더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설거지론의 유행에 대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관없다는 말이면 이 논란이 종결된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에는 서로 사랑해서 설거지론과 같은 유행어를 무시한다는 글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를 두고 대부분의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그냥 도태남의 꽃뱀 망상 시리즈2다", "번식 탈락남들이 이제 한국 남자와 결혼해 준 한국 여자와 번식 성공한 한국 남자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청년일보=조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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