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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냉엄(冷嚴)한 현실 (中)] 시스템의 붕괴…"한국의 마이클 센델은 없다"

인문교양 과목 '전임교원' 개념 부재한 대학 당국..."앞으로도 한국판 센델은 없을 것"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마지막은 서경대학교 반성택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서경대학교 반성택 교수 "구조적 문제와 맞물린 고용유연화"

(中) 시스템의 붕괴…"한국의 마이클 센델은 없다"

(下)  종착지 없는 열정의 여정…"성찰과 혁신의 길"

 

 

【 청년일보 】 반성택 교수는 인문학의 진흥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써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사회적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문학 교원의 정규직화"...인문대학의 전임교원 확보·대학평가제도 개혁 제언도

 

사회 구조적 문제와 맞물린 고용유연화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인문학의 진흥을 위해 어떠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할지를 묻는 청년일보에 질문에 반성택 교수는 고심 끝에 답을 제시했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인문대학의 전임교원율 일정 수치 이상 확보 ▲인문교양과목 교원에 대한 정규직화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제도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가 '인문학의 위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한 원인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이어 반 교수는 "십여 년간 공부해 학위를 받고 겨우 '왜곡된 전임교원'의 자리에 올라 재직기간이 쌓여도 상승하지 않는 3천~4천만원의 연봉을 가지고 생계와 연구역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아무리 열심히 연구역량을 쌓아도 어떠한 사회적 안정성도 기대할 수 없는 현재의 구조가 인문학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금액은 적을 수 있어도, 지난 20여 년간 국가 차원에서의 자금 지원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면서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자금을 더 투입해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요한 것은 단과대학별 제대로 된 전임교원의 비율을 최대한 유사한 수치에서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방법 중 '일괄적 전임교원 비율'이나 '취업률'과 같은 요소를 학과별 현실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반 교수는 '인문학의 대중화'에 관련한 인문학 내부의 치열한 논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문학의 대중화' 흐름 속에서도 관련한 논의의 핵심적인 본질은 '인문교양 전임교원'에 대한 대학 내 인식 개선과 그에 따른 안정적인 지위보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 교수는 "현 인문학 생태계에서 한국판 마이클 센델의 탄생은 앞으로도 쉽지 않다"며 "마이클 센델 하버드 교수 역시 대학 내에서 유사한 주제로 교양 강의를 전문적으로 지속하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이클 센델은 20여 년 이상의 시간을 미국의 하버드 대학 내에서 'Justice'(정의)라는 인문교양 과목을 진행하던 교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정의란 무엇인가' 역시 바로 이 강의의 강의록 등에 많은 부분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 교수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인문학에 대한 '닥치고 대중화'가 아니 인문교양과목 교수에 대한 안정적인 지위 보장이 이루어질 때 ‘한국판 센델’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하버드 등 많은 외국 대학은 '인문교양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학생 교육에 충실한 성적을 낸다면 연구인에 대한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한국판 센델을 말하기 전에 우리나라 대학이 인문교양 교원에 대한 지위 보장과 지원 제도를 고민하기는 했는지를 반문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반 교수는 "한국의 대학은 '인문교양 과목을 전담하는 교원' 자체에 대한 개념이 요원하다"면서 "교양과목의 사회적 수요와 수준 높은 강의에 대한 열망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이 수요를 충족할 안정적인 신분의 교원 확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대학 내 인문학계에 특히 만연한 '인력 때우기 식' 교원 제도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인문학은 시민의식·민주사회 발전에 지대한 기여해"...기성 인문학계의 일원으로서 '반성'

 

반성택 교수는 청년 예비 연구인의 기성 인문학계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실제로 기성 인문학계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현재의 험난한 환경을 조성한 것에 대해 일정한 책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 교수는 기성 인문학계가 인문학의 필요성을 충분히 대중에 입증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인문학계의 연구 활동, 사회적 발언 등과 같은 꾸준한 노력이 오늘날 시민의식의 진보와 심화에 관련해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변했다.

 

반 교수는 "인문학계의 역량이 다른 단과대학과 비교했을 때 뒤쳐진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인문학은 시민사회에 실제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다양한 비판 의식 증진에 충분히 기여해왔고, 오늘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교수는 "오늘날 다채로운 사회적 아젠다(agenda)가 부상하고 있다"며 그 예시로 자유·민주·페미니즘·소수자 인권과 같은 뜨거운 주제를 꼽았다. 

 

이어 그는 "이와 관련해 사회 구성원의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현상은 분명 다양한 채널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던 인문학의 긍정적인 영향이자 그 필요성에 관한 입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산업화를 모두 이룬 대한민국 시민의 비판 의식을 증진하는 과정에 인문학이 분명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하며 지속가능한 민주 국가를 위한 인문학의 역할과 사회적 필요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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