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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냉엄(冷嚴)한 현실 (上)] 서경대학교 반성택 교수 "구조적 문제와 맞물린 고용유연화"

반성택 교수 "인문학의 위기는 구호 아닌 현실"..."대학 내 고용유연화·대학평가제도가 문제의 핵심"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마지막은 서경대학교 반성택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서경대학교 반성택 교수 "구조적 문제와 맞물린 고용유연화"

(中) 시스템의 붕괴…"한국의 마이클 센델은 없다"

(下) 종착지 없는 열정의 여정…"성찰과 혁신의 길"

 

【 청년일보 】 서경대학교 철학과에서 재직하고 있는 반성택 교수는 학계의 '인문학의 위기' 현상에 관한 논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인문학 진흥과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국가 과제에 참여하는 활동과 함께 학계와 교단에서 끊임없이 인문학의 사회적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강변하고 있다. 그는 학문후속세대에게는 따뜻했지만 '인문학의 위기' 현상에 대한 진단에 있어서는 냉철하고 예리했다.

 

반 교수는 아무리 관련한 외침이 이어져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 구조적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기성 인문학계는 이에 관한 활동과 발언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하며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을 청년일보에 전했다.

 

◆반성택 교수, "대학의 고용유연화 도입이 문제의 핵심"..."교육부 대학평가 제도도 문제"

 

다양한 국내 인문학 진흥 관련 활동과 과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서경대학교 철학과 반성택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그가 속해있는 서경대학교는 인문학 관련 학과의 폐과를 시도하다 재학생과 교수의 반발에 2013년 '문화콘텐츠학부'라는 이름으로 국어국문학과와 철학과를 통합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학과는 결국 수 년 뒤 폐과돼 결과적으로 국어국문학과와 철학과는 사라지게 된다.

 

그는 '인문학계의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된 상태인 지금으로서는 정부·민간의 '자금 지원'만으로는 인문학계가 앞으로도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청년일보의 질문에 ▲2002년 이후 심화된 대학 내부의 고용유연화로 인한 비전임교원 비율의 급증 ▲교육부의 구조개혁평가,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제도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반 교수는 IMF 위기 이후인 2002년경부터 '고용유연화'의 여파가 인문·사회 계열 직군으로 가장 먼저 들이닥쳤다고 진단하면서 이후 이 시류는 대학 내부로까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 시점부터 국내 대학의 85%에 이르는 사립대학들이 문·사·철(어문·역사·철학 계열 학과)과 관련한 학과를 폐지하고 전임교수 충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 위주로 교원을 충원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전임교원'이라는 개념 자체도 매우 불확실하다"며 "오늘날의 많은 대학들은 '강의전담교원·산학협력중점교원'과 같은 그 지위와 처우가 모호한 자리를 '전임교원'이라고 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이어 "이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요소 중 그 비중이 큰 '전임교원 비율'을 맞추기 위한 하나의 꼼수"라고 작심하여 비판했다.

 

실제로 2020년 '인문학 진흥 중장기 정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방안 수립에 관한 연구'에서 반 교수는 이 같은 취지의 정책연구 결과 및 주장을 담은 바 있다.

 

이 연구에서 그는 교원의 비정규직화에 관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이러한 인문학계의 교원 채용에 관한 현황이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해당 정책 연구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문제는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한국교육개발 국가교육통계센터에서 실시하는 "고등교육통계 학교별 학과별 주요 현황"으로는 파악 불가능한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 그리고 강사로 채용된 이들의 수가 정확히 분류돼 있지 않다"며 "이렇게 되면 새로이 채용되는 비전임교원 강사 그리고 전임교원의 비율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반 교수는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의 평가요소 역시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교육부가 '취업률'을 대학 평가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보고 모든 학과에 대해 일률적인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니 대학이 점차 취업학교화 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반 교수는 "평가 요소 중 '전임교원 확보율'도 큰 문제"라면서 "단과 대학 사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식 전임교원 확보율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 교수는 또한 "교육부의 평가에 따라 대학의 운명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대학은 이 같은 지표를 충족하기 위해 명목상의 취업률을 보장할 수 있는 과를 중심으로 운영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전임교원도 해당 과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의 '2021년 대학 기본역량 평가 지표'를 보면, 교육부는 '전임교원 확보율'에 100점 중 15점의 배점을, '졸업생 취업률'에 5점의 배점 분량을 할당하고 있다. 그러나 '졸업생 취업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학생 충원율' 20점까지를 고려한다면, 총 40점에 이르는 점수가 해당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대학 기본역량 평가의 결과가 일반적으로 적은 수치로 그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평가 점수는 해당 대학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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