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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본식 갑질 논란' 에구치 JT친애저축은행 대표...임단협 두고 수년전 사건 빌미로 노조에 사과요구 '빈축'

JT친애저축은행 노사간 임단협 교섭 시작...에구치 대표 "3번만에 첫 동석"
교섭자리서 임단협 보단 3년 전 '부당노동행위' 고발건 두고 노조 사과 '압박'
노조, 사측의 노조탈퇴 종용 '부당노동행위' 고발...검찰, 증거능력부족 '무혐의'
에구치 대표, 노조의 공식 사과로 '신뢰형성'..."사과 없이는 협상도 없다" 으름장
"사과요구 이례적" 평가 속 일각에선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서 선점 술책" 분석
노조 "사측은 일방적 임금삭감 등 부동노동행위 판결에 대해선 사과했나" 반문

 

【 청년일보 】 이른바 '일본식 문화'라는 이유를 내세워 직원들에게 불합리한 경영 방침을 따르도록 압박해 '갑질 논란'을 야기한 바 있던 JT친애저축은행의 에구치 조지 대표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3년전 자신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 노동조합에 사과를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크게 사죄하거나 간청할 때 행해지는 일본 특유의 사과 문화인 '도게자(土下座)'와 닮은 행태라며, 수년 전 발생한 사안을 두고 노조에 사과를 압박하는 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란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앞서 에구치 대표는 그 동안 직원들에게 격려금 지급 여부를 전적으로 회사에 일임도록 하는 한편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불합리한 확약서를 '일본식 문화'라며 직원들에게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 등 갑질 논란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JT친애저축은행 노조는 이 같은 에구치 대표의 요구를 '일본식 기업문화'라는 이유로 수용해야할 지를 두고 난감해 하는 상황이다.

 

8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JT친애저축은행 노사는 지난달 31일 임금단체 및 협약(이하 임단협)을 위한 3차 대표교섭에 나섰다. 그러나 에구치 대표가 노조와의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노사단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는 앞서 두차례에 걸쳐 진행된 협상과 달리 JT친애저축은행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구치 대표가 처음으로 동석한 자리였다. 그는 비자문제로 한국 방문이 어렵다는 이유로 협상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에구치 대표는 첫 참석한 교섭에서 느닷없이 주요 주제인 임금협상 보다는 지난 2019년 1월 노조와 갈등을 빚은 끝에 노조가 자신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노조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JT친애저축은행 김성대 노조 지회장은 "에구치 대표는 이번 대표교섭에서 자신을 고소한 노조를 무고죄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등 협상 내내 노조 측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면서 "노조의 제대로 된 사과 없이는 다음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에구치 대표의 사과 요구에) 임금과 관련된 협상은 시작도 못하고 교섭이 종료됐다"며 "노조측에 무릎이라도 꿇으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조가 에구치 대표를 고발한 이유는 사측이 배후에서 일부 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유도, 회유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의심스러운 일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께 노조 설립 멤버인 전 회계감사 A씨는 당시 부지회장으로 있던 B씨에게 특별 승진을 대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제안했다는 점을 인지했다.

 

이후 노조는 자체 조사 과정을 통해 사측이 A씨에게 노조 탈퇴를 회유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 당시 두 사람간 통화내용을 간접증거로 제시하며 당시 수석부사장이던 에구치 조지 대표와 영업부서 책임자, 당시 대표이사 등 3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그러나 A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승진 제안을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한편 해당 통화 녹취록이 증거능력 부족으로 판단돼 3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김 지회장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을 뿐 여럿 정황상 A씨가 사측의 지시를 받았다는 부분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사측이 A씨를 변심을 우려해 어떠한 징계조치도 하지 않았던 사실에 근거, 충분히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지 증거능력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3년이 지난 현재 노조에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임급교섭을 회피하는 등 압박하는 건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인들이 언론 앞에서 '도게자'를 하는 행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일본 정치인들도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도게자를 하며 결의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도게자는 땅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는 행위로, 상대방에게 크게 사죄하거나 죄를 용서해 줄 것을 간청할 때 하는 일본식 풍습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노사간 갈등이 적지 않고, 이로 인해 고소 및 고발도 종종 발생하나, 경영진이 수년전 일을 두고 노조에 임금협상을 빌미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행위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는게 대체적이다.

 

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대표이사를 고발하는 사례는 한국 노조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과거 일을 들추면서 협상을 전제로 노조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에구치 대표의 요구는 기존 노조를 압박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술책으로밖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JT친애저축은행의 김 지회장은 "에구치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과가 전제가 돼야 노사 간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지금껏 회사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전력이나 임금 삭감을 단행한 부분에 대해선 에구치 대표가 사과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JT친애저축은행 노조는 자신들의 임금수준은 동종업계 평균 30%를 하회하고 있다며 최저 연봉제 도입, 임금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에구치 대표의 사과 요구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노사 간 임단협은 첫 발만 뗀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에구치 대표는 일본 금융그룹인 J트러스트의 핵심 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20년 11월 J트러스트 그룹의 계열사였던 JT친애저축은행이 일본 금융그룹인 넥서스뱅크에 매각되기 전까지 JT친애저축은행을 이끌었다.

 

그는 이후 넥서스뱅크 대표로 자리를 이동했으며, 매각 1년여 만에 JT친애저축은행이 J트러스트 그룹으로 재편입 되면서 지난 4월 초 다시 경영진에 복귀했다.

 

현재 JT친애저축은행은 박윤호 대표와 에구치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세는 에구치 대표로, 주요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에구치 대표가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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