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국내 조선 ‘빅3’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급격한 원자재값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일부터 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하 하청지회)가 1도크(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를 불법 점거에 나서면서 향후 생산 차질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1도크 폐쇄로 진수(완성된 선체를 바다에 띄우는 작업)가 무기한 연기되면 선후 공정인 선행·가공·조립·의장·도장 등 전 공정의 생산량이 위축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내 직영 및 협력사 2만명, 사외 생산·기자재 협력사 소속원 8만명 등 10만여명의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않다.
이에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일을 못하게 된 비노조원들은 가족듶의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하청노조원들이 파업 현장에서 노래를 크게 틀며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파업 투쟁의 명분을 상실했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 하청지회, 1도크 불법 점거···박두선 사장 “수천억원 대 피해 발생”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의 하정지회의 파업 및 현장 점거논성으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기준 예상되고 있는 손실금액은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노조원들은 임금 30% 인상을 비롯해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속해 있는 하청업체는 무리한 요구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와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들 노조원들은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집단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간 관계에 개입하는 건 현행법상 하도급법 및 파견법 등 노동법 위반이라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나, 조선업계내 대외적인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는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하청노조의 불법파업 및 불법 현장점거에 대해 고소·고발 건을 마친 상태”라면서 “이같은 파업 장기화는 매출 손실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업 이미지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시설 점거을 비롯해 비노조원들의 작업 방해, 고공 농성, 안전사고 위해 행위 등 불법 파업 행위로 도크 진수작업은 3주째 연기된 상황이다. 진수작업이 중단된 사례는 지난 1973년 대우조선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으로 인해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 4척의 인도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 처럼 하청 노조원들의 불법 점거 행위에 대해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파업 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박 사장은 지난 7일 거제 옥포동 대우조선 오션프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 호황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 등의 기회가 불법파업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진수 지연은 하루에 매출 감소 260여억 원, 고정비 손실 60여억 원을 발생시키며 매출과 고정비 손실만 6월 말까지 2800여억원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업으로 인한 수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생계 위협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더 심각한 것은 조선소의 심장인 도크가 폐쇄됨에 따라 선후 공정인 선행, 가공, 조립, 의장, 도장 등 전 공정의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어 사내 직영 및 협력사 2만명, 사외 생산협력사 및 기자재 협력사에 소속된 8만 명 등 총 10만여명의 생계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선박 계약해지 등 대내외 여건 악화와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생산차질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자, 위기 상황 극복 및 재도약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대내외적 악재 속 하청지회 파업···현 시점서 바람직하지 않아”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 조합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원자재값 상승 및 러시아 사태로 회사가 천문학적 손실을 내고 있어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면서 “하청지회의 무단 점거 농성은 성과를 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이 처럼 현재 하청노조와 파업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들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청지회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방(이하 대하방)’이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면서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파업을 반대하는 노조원들은 ‘맞불’ 개념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이하 대지모)’이라는 채팅방을 개설, 이들의 행위를 힐난하고 있다.
대지모 구성원들은 주로 사무직·비노조 인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옥포조선소 내에서의 불법 파업이 약 2만명의 사내 직영 및 협력사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쟁의 행위권을 정당하게 획득해 활용돼야 할 불법 파업으로 명분을 상실했다고 힐난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15초짜리 동영상이 게시되면서 전제 구성원들의 공분을 사며 논란을 고조시키고 있다. 해당 동영상에는 불법 점거 농성으로 진수가 중단된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 앞에서 하청지회 노조원들이 노래를 크게 틀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일을 못해서 이 난리인데 지금 춤사위가 왠말인가"라며 "이건 희롱이자 모욕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분열되는 모습으로 가면 안된다”면서 “이제라도 불법행위를 멈춰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생존권을 운운하며 파업에 나선 이들이 다소 엄중한 모습한 보이기 보다는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란게 중론이다.
이 처럼 근로자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들 하청업제 노조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거제도 대우해양조선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규에 화답하자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힘을 합쳐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반면 이 같은 소식에 대지모 구성원들은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맞불 집회를 예정하고 있어 양측간 충돌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의 지속 및 원자재가 상승 같은 대내외적 악재가 이어지는데 하청지회의 파업은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업이 길어질 경우 선박 건조 및 인도 지연으로 납기 준수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 하루속히 사태를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