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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혁신 (中)] 과학기술 분야 신규 과제 창출 미지수…"경쟁력 약화 우려"

과기부, 내년 국가 R&D 예산···올해 대비 3조4천500억원 삭감
R&D 예산안 삭감에 과학계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악화" 우려

 

R&D 국제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효율성 중심의 제도혁신 방안이 추진되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 분야 신규 과제 창출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내실화를 위한 R&D 예산 삭감 기준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청년일보는 기술 패권주의 세계 경제 전환 속에 추진되고 있는 정부R&D 제도혁신 방안에 대한 학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R&D 국제화'로 경쟁 주도권 확보…'첨단기술' 사업화 집중

(中) 과학기술 분야 신규 과제 창출 미지수…"경쟁력 약화 우려"

(下) 내실화 외치며 R&D 예산 삭감…모호한 기준에 학계 '끌탕'

 

 

【청년일보】 정부가 지난 8월 말에 발표한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과학기술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삭감 배경은 그동안 R&D 예산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비효율·낭비성 요인을 정비하고 연구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가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연구 현장에선 정부가 구체적으로 R&D 비효율 사례를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자칫 내년 신규 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예산 삭감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자들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예산 삭감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R&D 예산 삭감 두고 여야 설전···與 "비효율 요인 정비"vs 野 "원상 복구"

 

29일 정치권과 학계 등에 따르면 국가 R&D 예산 삭감은 최근 과학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 8월 말, 내년도 정부 R&D 사업 예산을 약 21조5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대비 3조4천500억원(약 13.9%) 감소한 것이며 지난 1991년 이후 33년 만의 국가 R&D 예산 삭감이다.

 

여당은 그간 국가 R&D 예산이 급격히 늘었지만 R&D 사업 쪼개기, 과제 나눠먹기 등 각종 부조리가 만연해있었고 비효율적인 문제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해온다. 반면, 야당 측에선 구조적인 개선 없이 진행한 졸속 R&D 예산 삭감이라며 이를 되돌려놔야 한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놓고 지난 11일에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간 '난타전' 풍경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해서 R&D 예산, 과학기술계가 난장판이 됐다"면서 "왜 아무런 근거도 없이 (R&D 예산을) 줄이나"라고 물었다.

 

이어 "R&D 예산을 깎다 보니 국정 과제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 자율과 창의 중심 기초연구, 지방 과학기술 주권 확보 등 예산이 대폭 잘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R&D 예산이 전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나면서 비효율에 대한 지적도 커졌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과거부터 누적된 비효율이 R&D 예산에 포함돼 있었고, 최근 몇 년 사이 R&D 예산이 급격히 늘면서 비효율과 낭비 요인이 크게 누적됐다는 것은 모두가 얘기하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R&D 예산이 지금 제대로 성과 내고 있는지, 지금까지 노벨상이 하나도 안 나왔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2년간 편성한 정부 R&D 예산 평균이 28조5천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평균 24조3천억원보다 많다"면서 "내년 예산이 좀 줄었다는 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과학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내몰았다거나 공안몰이를 한다는 식의 음해성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R&D 예산 삭감에···현장 연구자 "연구 수행 차질 불가피"

 

내년도 R&D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이공계 기피 증가로 후속세대 양성 차질 ▲우수연구인력 이탈 및 고용불안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악화 ▲장기 연구과제의 연속성 차질 등을 우려하는 과학기술계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와 국내 최대 생물학 연구자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 및 이공계 학생 2천8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국가 R&D 예산 정책으로 인해 대학교수 중 87.9%는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내년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응답도 97.9%(매우 그렇다 80.8%, 그렇다 17%)로 나타났다.

 

여기에 연구실 인력의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90%를 훌쩍 넘겼고, 인건비 삭감 등 처우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77.1%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 책임·선임급 연구원 95.8%는 국가 R&D 예산 정책으로 내년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응답했으며 대다수 역시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한다는 답은 78.6%, 인건비 삭감 등을 고려한다는 답은 50.3%로 나타났다.

 

대학원생 응답자 중 91%는 학위를 위한 연구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전공과 관련 진로 계획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95% 가까이 달했다.

 

내년도 국가 R&D 예산 정책으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례를 적어달라는 주관식 질문에서 국가 경쟁력 저하, 일자리 감소 문제 등 부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장기 연구과제는 예산문제로 인해 중단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예산이 줄어듬에 따라 원하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는 연구원들의 이탈이 생기면 이공계의 도태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나왔다.

 

또 다른 연구원은 "예산 축소로 인해 연구 환경 및 안정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로 인해 이공계 연구 생태계 약화 및 국가 경쟁력 저하 등의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격한 R&D 예산 감축으로 인해 신규연구자(20~30대석,박사)의 일자리 감소 문제 및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기초연구 기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출연연 구성원 90% "韓 R&D 생태계, 빠르게 파괴될 위험성"

 

이와 같이 국가 R&D 예산 대폭 삭감 사태와 관련 일선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과학자들의 반발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출연연 연구자들의 모임인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이하 연총)'은 '출연연 정부출연금 삭감안 철회 및 원상회복을 위한 호소문'을 통해 "기초과학 R&D 예산 및 출연연 정부출연금 삭감으로 인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근간이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태는 전문화된 과학기술 인력의 훈련과 공급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이공계 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25일엔 출연연에서 종사하는 연구원 4천446명을 대상으로 R&D 예산삭감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연연 구성원의 96.3%가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대한민국 R&D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될 위험성이 있다"고 동의했다. "연구비 삭감이 R&D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다"라는 논리에는 95.6%가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일방적 R&D 예산 삭감에 대해 집단행동 저항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0% 가까이 달했다.

 

일련의 내용들과 관련해 연총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주 쯤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는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집단행동 논의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 감축으로 인해 신규 과제가 창출되지 않을뿐더러 학생 인건비 감축, 학생연구원 수 감축이 불가피하다"면서 "R&D 투자의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번 삭감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출연연의 R&D 예산을 원상 복구를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명예 교수도 전화통화에서 "과학계 연구 일자리 감소에 따라 연구자로의 진로를 포기하거나 이공계 연구 생태계가 자칫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삭감된 예산안이 내년도 국회를 통과할 시 연구원 감원, 연구 진행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그 전에 충분한 숙고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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