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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혁신 (上)] 'R&D 국제화'로 경쟁 주도권 확보…'첨단기술' 사업화 집중

규제 완화로 전문성·투명성 강화…카르텔·브로커 차단
원천기술 확보 분야·자체 사업화 가능 기업 투자 축소

 

R&D 국제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효율성 중심의 제도혁신 방안이 추진되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 분야 신규 과제 창출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내실화를 위한 R&D 예산 삭감 기준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청년일보는 기술 패권주의 세계 경제 전환 속에 추진되고 있는 정부R&D 제도혁신 방안에 대한 학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R&D 국제화'로 경쟁 주도권 확보…'첨단기술' 사업화 집중

(中) 과학기술 분야 신규 과제 창출 미지수…"경쟁력 약화 우려"

(下) 내실화 외치며 R&D 예산 삭감…모호한 기준에 학계 '끌탕'

 

 

【 청년일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제도혁신과 핵심분야 집중투자 방침을 담은 '정부R&D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가R&D의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개혁안은 크게 제도혁신과 미래 핵심분야 집중투자로 나뉜다. 규정을 완화해 R&D를 활성화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제도혁신 방안으로는 국가R&D의 글로벌화, 규정 완화를 통한 효율성·전문성·투명성 강화, 예산 누수 방지 등을 추진한다. 


핵심 분야 집중투자를 위해서는 이미 원천기술을 보유한 분야, 자체 사업화가 가능한 기업에 투입되던 예산을 축소한다. 대신 신기술·고도화기술에 집중 투자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 해외기관 유입 확대·제도 유연화…R&D국제화로 기술 수익성 증대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제도혁신 개혁안 중 하나는 국가R&D의 글로벌화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해외 연구기관이 국내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해외 연구기관·연구원의 참여로 R&D를 국제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술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는 해외 연구기관 및 연구자가 공동 또는 위탁 기관으로만 국내R&D에 참여하도록 제한했다.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취였다. 이러한 규정은 과거 OECD 가입국 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과 함께 R&D 역시 국제화되기 시작하며, 제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1998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편역한 '산업 R&D활동의 국제화 : 패턴과 추세'에 따르면, 1990년부터 OECD 가입국 사이에서 R&D국제화가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R&D국제화가 양질의 일자리 제공, 경제성장 촉진 등 긍정적 파생 효과를 보임에 따라 적극적으로 이를 장려하는 국가도 증가했다. 


이후 과거에 비해 기술이 더욱 빠르게,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R&D국제화의 중요성은 더욱 강해졌다. 과기정통부가 제도혁신의 한 축으로 국가R&D 개방성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해외기관의 진입이 수월해진만큼 R&D 결과물에 대한 소유·활용권은 철저히 지킨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국제공동연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탄탄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가 내세운 또다른 규제 개혁은 엄격히 적용됐던 예산의 배분·조정 완화다. 이를 위해 R&D사업 예비타당성 기준 및 절차를 완화하고, 일부 혁신 기술에 한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시행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 부처별로 배정된 예산 지출한도를 유연화하고, 출연(연)에는 통합 예산도 도입할 계획이다.  

 


◆ 논란의 중심 '카르텔·브로커'…성과평가 강화·구조조정 단행


국가R&D의 전문성·투명성 강화를 위해선 가장 먼저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역량을 점검하고, 범부처R&D통합관리시스템(IRIS) 고도화를 추진한다. 


또한, 과제평가에 적용되는 상피제를 완화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R&D브로커 등 카르텔 유인 요인을 타파한다. 


과기정통부가 상피제를 언급한 건, 과제평가위원을 구성할 때 해당 과제의 연구진과 관계가 있는 인물을 배제하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상피제는 고려·조선 시대에 시행된 제도로, 일정 범위 내의 친족이 동일·관계 기관에 속하지 않게 하고 관리자를 연고지로 발령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사업 특성에 따라 유연히 적용하게 돼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엄격히 적용해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하락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새로운 분야·기술의 경우 연구진의 외연이 넓지 않아 관계가 없는 전문가를 찾기가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전부터 현장에서 평가위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규정 완화를 요구했기에, 해당 규정이 유연하게 적용되도록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구체적 방안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개혁 대상으로 언급한 'R&D카르텔'은 혁신안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R&D카르텔 및 R&D브로커의 실체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R&D브로커는 대가를 받고 해당 기업이 국가R&D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제안서 작성, 연구진 섭외, 행정처리 등을 대리하는 조직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 수행 능력이 부족한 일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브르커를 자주 이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몇년 사이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사업화 예산이 크게 늘면서, 이를 기술개발비가 아닌 보조금으로 생각하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브로커 등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보조금에 익숙해진 일부 기업은 자생력이 없는 일명 '좀비기업'이 되거나, 국가 지원을 성과로 포장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러한 폐단이 드러나면서 과기정통부는 과제선정, 연구비집행, 연구평가를 강화해 전문성과 성과를 철저히 평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성과평가에 상대평가를 도입하고, 부진한 경우 과감히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다. 

 


◆ 신기술·고도화기술 사업화에 집중 투자 


과기정통부가 규제개혁과 함께 국가R&D 혁신안으로 내놓은 방침은 주요R&D 중점 투자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주요R&D로는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국방, 안전, 마약, 재난 등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위한 필수기술에 대한 투자는 유지 또는 강화한다. 


반면, 탄소중립 분야에서는 범위를 좁혀 저탄소 전환, 수소기술 확보 등 일부 핵심R&D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사업화 중 기업 자체수행 가능 분야 예산은 과감히 줄이고, 이를 공공기술과 첨단기술 분야 초기 창업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이에 대해 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미 원천기술이 있는 분야의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건, 과학기술 촉진이라는 과기정통부의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자체 사업화가 어려운 신기술·고도화기술 개발 기업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화는 기업이 가진 기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일부 강소기업이 민간투자가 가능한데도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는 사례가 있어, 한정된 예산이 바로 쓰이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기업을 지원하는 건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활이다. 한정된 예산을 과기정통부의 역할인 우수한 연구 개발과 연구인력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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