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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사태(下)] "원금 반환 vs 기준안 반영"...투자자·은행 입장차 여전

홍콩 ELS 투자자들 정기집회 개최..."원금반환 안될 시 소송 불사"
은행권 "개개인 사례 모두 달라...모두 불완전판매 보기 힘들어"

 

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국내 금융권을 휩쓸고 있다. 대다수의 홍콩 ELS 상품을 팔아온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잇따라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배상비율을 두고 은행권과 투자자 사이에 차이가 큰 만큼, 사태 해결까지는 양측간의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규모 투자손실을 가져온 홍콩 ELS 사태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10조원 '대규모 손실'에 '화들짝'...금융당국 대책 마련 '진땀'

(中) 당국 압박에 자율배상 '급물살'...은행권, 투자자 협의 돌입

(下) "원금 반환 vs 기준안 반영"...투자자·은행 입장차 여전

 

【 청년일보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은행권의 자율배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홍콩 ELS 상품의 경우 과거 사모펀드와는 달리 공모형식으로 상품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 투자상품이라며, 상품 자체보다는 은행의 판매과정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완전 배상을 요구하며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만약 은행과 투자자간 자율배상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홍콩 ELS 사태는 향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나 집단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100% 배상은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20~40% 배상이 왠말"...홍콩 ELS 투자자들 "전액배상" 반발

 

은행권 등에 따르면 홍콩 ELS 투자자들은 매월 15일 정기적으로 ELS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원금 전액 배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또한 지난달 29일에는 KB국민은행 신관에 2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원금반환을 결정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모임 대표는 이날 "은행과 증권사는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고위험 상품을 중위험 상품으로 둔갑시켜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길 대표는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금감원장은 은행 감싸기에 급급하고 배상을 논의한다는 핑계로 은행장들하고 회동이나 하며 만찬이나 즐기고 있다. 배상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오히려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힐난했다.

 

정치권 역시 이번 홍콩 ELS 배상안 관련해 그간 금융소비자들 보호가 소홀했다면서 은행과 금융당국을 질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박성준 의원은 지난달 12일 금융당국의 홍콩 ELS 배상기준안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이번 ELS 사태까지 금융당국의 대책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말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 의원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배상기준안에 대해서도 "ELS 분쟁조정기준은 판매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책임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피해자 책임은 과도하게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이번 홍콩 ELS 자율배상 기준안이 DLF 분쟁조정 기준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배상기준안을 조목조목 짚으며, 은행의 공통 배상기준이 과거 DLF 25%에서 10%로 하락했으며, 투자경험에 따른 차감비율도 DLF 10%, 라임 5%에서 ELS는 25%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입규모에 따라 차감하는 최대 비율 역시 DLF 10%. 라임 5%에서 ELS 15%로 높아졌고, 투자금액 역시, DLF 2억원 초과 –5%, 라임 2억원 초과 -3%에서 ELS는 5천만원 초과시 –5% 차감하는 것으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이번 홍콩 ELS에 배상 기준에 대해 "판매사와 금융당국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후적으로나마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합당하고 완전한 배상기준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배상기준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2019년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방안, 금융소비자법 시행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정책적 방안을 내놓았다"면서도 "판매사는 위법·부당한 판매를 지속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해 불과 5년 만에 '판박이' 사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재발방지를 위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은행에서 고난도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면서 "은행에 판매를 허용하고, 홍콩 ELS사태를 방치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DLF·라임 등 사모펀드와 차이점은...상품 자체의 결함 여부

 

홍콩 H지수 ELS가 과거 DLF·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와 비교해 대규모 손실이 일어난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번 홍콩 ELS 상품은 사모펀드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만큼, 배상 역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먼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홍콩 ELS와 다소 비슷한 투자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DLF가 비정형적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구조였지만, ELS는 장기간 판매됐고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상품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DLF 사태 이후 판매규제를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판매사들의 형식상 판매절차는 대체로 갖춰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1조6천억원대 대규모 환매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역시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펀드 부실을 감추고 투자금을 계속 유치하는 등 펀드를 판매·운용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또한 옵티머스 펀드도 약관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해 놓고선 실제 페이퍼컴퍼니에 돈을 넣어 사실상의 투자자 기망한 행위가 인정됐다.

 

즉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 당시에는 투자상품 구조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반면, ELS는 잘못된 상품이 아닐뿐더러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에 벌어진 일이라 불완전판매 방식이나 정도가 다르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석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달 11일 '홍콩 ELS 검사결과 및 배상기준안'을 내놓으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된 후 판매절차가 타이트해졌기 때문에 DLF 때만큼의 내부통제 부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DLF 사태 때와 비교해 상품특성이나 소비자보호 환경 등을 감안하면 DLF 사태 때보다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기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배상비율이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투자자 집단소송 가능성에...금융권 "이겨도 전액배상 쉽지 않아"

 

홍콩 ELS 손실에 대해 정치권·시민단체·투자자들의 원금배상 촉구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반적으로 100% 원금배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투자자들이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ELS 분쟁조정 신청을 통해 금융당국의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홍콩 ELS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 당시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규모도 큰 만큼,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분쟁조정이나 소송에 나서더라도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과거 'DLF', '라임' 등의 전례를 비춰볼 대 투자자들이 전액을 배상받은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법원은 DLF 판매 금융사에 대해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 의무 위반 등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투자자의 '자기투자책임의 원칙'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라임펀드의 경우 민사 소송에서는 1심에서는 100%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80% 배상 판결이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배상과정서 가감이 이뤄지기 때문에 80% 배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이번 홍콩 ELS 상품의 경우 상품 자체의 구조적 결함 없이 20년 이상 판매해온 상품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과거 DLF 때보다 투자자의 자기투자책임 원칙을 더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홍콩 ELS에 재투자한 투자자들이 전체의 90% 이상인 점도 투자자 배상에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판매 금융사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투자상품의 내용에 대해 숙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 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의 핵심은 투자자가 상품구조와 위험성 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했는지 여부라고 본다"면서 "지난 2021년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사들의 녹취의무, 해피콜(계약확인 전화) 등의 절차도 원금배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은행권 내부에서도 홍콩 ELS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이상 팔아온 상품인 점을 강조하면서 개개인의 투자가 모두 불완전판매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즉, 개개인 케이스를 모두 불완전판매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ELS의 경우 공모상품인 만큼, 매우 다양한 고객들에게 판매가 된다"면서 "따라서 불완전판매 여부 역시 다양한 케이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만 건의 케이스 중 아주 소수의 경우에는 배상비율이 100%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배상비율이 전망치 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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