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속에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와 글로벌 복합위기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맞물린 가운데, 국내 굴지 기업들의 '타개책' 마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자칫 복합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 기업의 하반기 대응전략과 미래사업 방안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 중 LG그룹이 가장 먼저 상반기 전략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초부터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일부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미래 중장기 전략방향을 점검하는 전략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전략보고회에서는 AI(인공지능)과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 외에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달 중 전략회의를 열어 하반기 전략을 모색한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주요 경영진을 포함한 해외법인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매년 6월과 12월에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사업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통 글로벌 전략회의 일정은 대외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는 만큼,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면서 "통상 DX 부문의 경우 수원사업장에서, DS 부문은 화성사업장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글로벌전략회의 일정은 각 사업부문별로 다르며 DX 부문(TV·생활가전·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한종희 부문장(부회장)이 회의를 주재한다.
그 중 DX 부문 산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선 내달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Z플립6와 Z폴드6를 공개하는 언팩 행사 점검 및 AI 기능을 품은 첫 폴더블폰 전략 마련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언팩 행사에서는 갤럭시Z폴드·플립6와 갤럭시링, 갤럭시 버즈 등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경우 지난달 새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이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업계 내에선 AI 반도체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있어 고객사 확보 등과 관련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부 회장)는 "아무래도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 납품 및 HBM 시장 주도권 확보전략 등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HBM4가 반도체 시장 내에서 중요한 아이템으로 각광받는데 경쟁사보다 앞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좀체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라는 지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워낙 대내외 위기감이 드리운 만큼 전체적으로 이번 DS 부문 전략회의에선 임원진들이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때의 마음가짐을 가지자고 강조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달 말 상반기 최대 전략회의인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 중 하나다.
SK 관계자는 "아직 경영회의 장소와 구체적인 시간은 정해지진 않았다"면서 "이번 확대경영회의 땐 각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재조정)' 논의 및 다양한 안건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 진행된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여파로 후폭풍이 거센 만큼 이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이달 중 각사 CEO가 주재하는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정의선 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략 점검 및 '대미 수출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