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의사가 만삭 아내를 살해한 사건을 다룬 KBS 프로그램 '스모킹 건'이 '남편의 게임 중독'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았고, 이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이하 게임이용자협회)는 이달 초 KBS2에서 방영된 '스모킹 건'의 '만삭 아내를 살해한 남편, 그 이유는?' 편에 대해 방심위에 방송심의 신청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게임이용자협회는 신청서에서 "프로그램의 해당 장면은 범행 동기를 단정하기 어렵거나 여러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한 취미 생활을 살인 동기로 왜곡했다"며 "이는 게임 산업과 게임 이용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모킹 건' 제작진은 지난 6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2011년 발생한 '의사부인 사망사건'의 수사 과정과 법정 공방을 다뤘다.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 백모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201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방송 후반부에 백씨의 심리 상태를 추측한 내용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백씨가 하루에 1∼2시간, 대학생 때는 8∼10시간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겼다고 설명하면서, 백씨가 인생을 게임처럼 전략적으로 끌고 가려는 성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게임에서 리셋이 가능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리셋을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지나친 일반화'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이자 게임 전문 변호사인 이철우 회장은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학업 스트레스, 아내의 불만, 불안을 떨치기 위한 게임 몰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었다"며 "방송 내용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양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시키는 행위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특히 해당 방송이 공영방송이고 범죄를 다룬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