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5대 은행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 14조원 중에서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연간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금리 때 나간 대출이 고금리 상황에서 부실 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임직원 수는 2천46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해외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2천3명, 2020년 말 2천72명, 2021년 말 2천124명, 2022년 말 2천299명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78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이 731명, 우리은행이 556명, KB국민은행이 270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119명으로 5대 은행 중에서는 가장 적었으나, 2019년 말 57명에서 2배 넘게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해외 네트워크도 지속해서 확장해 왔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본사 직영의 해외 지점 수는 총 62개로 2019년 말의 56개보다 10% 남짓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KB국민은행이 8개에서 9개로, 하나은행이 18개에서 19개로, NH농협은행이 2개에서 6개로 늘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 14개를 유지했다.
지점과 사무소, 출장소를 비롯해 현지 법인과 지점을 다 포함한 전체 해외 네트워크 수는 지난해 말 1천265개로 훨씬 많았다. 5년 전의 852개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수가 2019년 말 40개에서 2020년 말 642개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우리은행은 2019년 말 451개에서 지난해 말 469개로 증가해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68개에서 170개, 하나은행은 188개에서 197개, NH농협은행은 5개에서 11개로 예외 없이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은행들은 아직 글로벌 사업의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거느린 해외 종속기업(자회사)의 지난해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은 총 8천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적자를 냈다.
이 중 KB국민은행은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개국에서 각 지분 100%를 보유한 4개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1천4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올해 KB뱅크로 사명 변경)에서만 1천733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 실적을 깎아 먹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건전성이 악화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순이자수익이 감소했다"며 "올해부터 적자 폭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설로 수익성이 높은 리테일과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후발주자인 NH농협은행은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와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등 자회사 2곳에서 지난해 각 32억원의 순손실과 13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체적으로 총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2022년 4천270억원에서 지난해 4천820억원으로 순이익을 키웠다. 5대 은행 해외 자회사 순이익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320억원 순손실에서 1천50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4천520억원에서 3천320억원으로 순이익이 뒷걸음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때 나간 대출이 고금리 상황에서 부실 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