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청소년 10명 중 7명이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통해 흡연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상을 끓여 수증기를 흡입하는 액상형과, 담뱃잎을 찌거나 가열해서 피우는 궐련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과일향 등 다양한 향을 첨가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흡연·음주·식생활 등 청소년 건강 패널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69.5%가 가향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에게 입문하기 쉬운 제품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 6학년(0.35%), 중학교 1학년(0.56%), 중학교 2학년(2.01%), 중학교 3학년(3.93%), 고등학교 1학년(6.83%)로 조사됐다. 특히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단계에서 흡연 비율이 급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샤프심, 볼펜, USB 등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전자담배는 필통 속에 쏙 들어가 눈에 띄지 않으며, 그 중 액상형 전자담배는 다양한 과일향을 첨가해 담배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쉽게 적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므로 국내 담배사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담배의 경우 온라인·비대면은 판매 되지 않고, 정부가 지정한 곳에서만 판매 가능하다. 또한, 담배에 경고문구와 사진도 넣어야 한다.
반면,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는 달리 담배사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과 SNS 광고를 통한 접근이 쉽다. 대표적으로 던힐·글로 등 주요 글로벌 담배 회사들의 제품들도 이 같은 채널을 통해 국내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OECD 국가들은 합성 니코틴과 천연 니코틴을 같은 규제 하에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글로벌 담배 회사들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금연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공중보건 전문가 네트워크 '스모크 프리 스웨덴(Smoke Free Sweden)'이 뉴질랜드의 성공적인 금연정책 및 성과를 담은 'Smoke Free New Zealan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9%에 달했던 15세 이상 인구의 흡연율이 지난해에는 6.8%로, 약 43% 감소했다.
이는 내년까지 금연국가를 목표로 삼고 흡연율을 강제로 낮추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금연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WHO가 제시한 금연국가 목표는 세계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추세다. 유럽 연합은 오는 2040년까지 금연국가로 진입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건강과 환경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금연정책에도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눈길을 모은다.
지난달 15일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 등'으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줄기, 뿌리 등을 이용하거나 니코틴으로 만든 것도 담배의 범위에 포함해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을 사용한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고, 비과세 니코틴, 유사 니코틴 및 무(無)니코틴 액상 등은 담배로 정의하지 않아 흡연 관련 경고 문구나 그림 부착 의무가 제외된다. 이에 청소년의 전자담배 무방비 노출 등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이어 "합성 니코틴 등을 담배로 정의하는 담배사업법의 조속한 통과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세수확대를 위해 일반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등 다양한 담배 유형별로 합리적 세율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