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본사. [사진=이마트]](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041/art_17285461527551_3ee1f9.png)
【 청년일보 】 이마트가 재정적 위기에 봉착한 신세계건설의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상장폐지 배경으로 대주주의 책임경영 강화,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 구축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 등을 거론했다. 공개매수가를 최근 1개월 주가 기준 29% 높여 소액주주의 피해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마트 측의 주장대로 신세계건설을 상장폐지해 사업구조 재편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 외에,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11일 건설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약 388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현재 70.5%를 보유한 신세계건설의 지분을 전량 공개매수한 후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개매수가는 1주당 1만8천300원으로 이는 이사회 의결 전일인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신세계건설의 1주당 주가 1만5천370원보다 19% 가량 높은 금액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지분을 100% 확보함으로써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해 사업구조 재편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는 "부실 사업장 정리 등 사업조정 과정에서 대위변제, 채무보증 이행 등으로 추가적 손실이 발생해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소수 주주들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밝힌 공개매수 기간은 9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30일간이며, 공개매수로 95% 이상의 지분 확보에 성공할 경우 11월중 신세계건설 주주총회를 소집해 자발적 상장폐지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필드 등의 대형 판매시설과 주거 및 물류시설 등을 주요 사업기반으로 하고 있다.
올해 주요 수주도 지난 3월 말 '구월 트레이더스' 현장과 6월 말 '스타필드 청라' 현장에서 이뤄졌다. 다시말해 이마트 등 그룹사 물량이 신세계건설 실적의 버팀목이 돼 준 셈이다.
반면 주택부문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파트 브랜드 '빌리브'를 론칭한 후 주택부문 매출은 증가했지만, 2022년부터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이 발생하자 회사의 재무적 부담도 켜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는 2천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결국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천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6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또한 2023년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951.8%까지 치솟은 바 있다.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이 40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었지만, 이후 이마트의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161.1%로 급감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건설 상장폐지 이후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소액주주의 견제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그룹차원의 의지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소액주주의 유무에 따라 상법 제366조 및 제403조 등에서 규정하는 '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 및 '주주의 대표소송 제기권' 등 회사 견제 권한이 달라진다.
경영학과 한 교수는 "상장폐지 추진은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방증이자 사실상 소액주주들로부터의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개념적으로는 이른바 헐값 매각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이변이 없는 한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신세계건설이 재도약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매각으로 갈지는 소액주주의 견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대주주의 결단에 달려있는데 결국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와 미래먹거리가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측은 일각에서 제기한 매각설에 선을 그었다. 지분 추가 매입은 효율적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이고, 향후 신세계건설을 살리기 위한 계획이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은 올해 초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 자금은 부실 사업장 정리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보수적으로 약 3년 동안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년 후부터는 동서울 터미널 개발사업과 청라 스타필드 건축사업 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현재 매각 추진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