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해 IT·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며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게임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아울러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새로운 국제 질병으로 등재하면서 국내에서도 게임 질병코드와 관련해 이목이 집중됐다. 한 토론회에서는 국내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를 활용,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고, 체질개선을 통해 이용자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아끼지 않았다.
◆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 시행
올해 3월 22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다. 이는 업계에서 자율로 공개하던 것을 법으로 만든 것으로, 위반 시 최대 2년 이하 징역 혹은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확률 오류를 유저가 아닌 게임사가 입증하는 '소송특례' 도입을 추진 중이며, 악의적이거나 강한 의도를 띄고 의무를 어긴 것이 밝혀진 게임사에 손해액의 최대 2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게임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대응 마련에 동분서주한 모습을 보였다. 구체족인 확률을 보여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와 함께 신규 상품 공지나 게임 광고 등에도 '확률형 아이템 포함'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확률을 공지한 것이 밝혀진 게임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 "게임=질병(?)"…논란의 게임 질병코드
지난 2019년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새로운 국제 질병으로 등재하면서 국내에서도 게임 질병코드와 관련해 이목이 집중됐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질병코드 등재 찬성과 측과 반대 측이 여전히 팽팽한 의견 대립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도 문제 상황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16일에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연대가 주최하고, 문화사회연구소가 주관했으며, 게임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질병코드 등재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국가가 질병을 예방해야 하는 정책적인 의무가 생기는 문제며, 국민 의사와 무관하게 국제표준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은 좋은 접근 방식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으며, 게임산업의 위축과 이용자의 게임향유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 AI 기술 도입, 게임 시장에서도 '활발'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가장 이슈가 된 인공지능(AI)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사들은 AI를 다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AI를 활용해 독특한 게임을 선보인다거나, 콘텐츠를 준비해 이용자들을 맞이했다.
AI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발하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챗GPT와 같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를 비롯해 다양한 AI 서비스가 우리 삶의 한편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게임은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마련해 게이머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왔다. 과거에는 간단한 패턴을 구현하는데 그쳤지만, 현재는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해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에 변화를 불어넣어 게임의 경험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차세대 AI 기반 렌더링 기술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 등을 통해 그래픽 품질 등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K-게임, 中 시장에서 '훨훨'
올해는 서비스를 위한 판호 발급 자체가 막혀있어 시장 공략 자체가 불가능했던 중국 시장에서 좋은 소식 들려왔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1위를 기록했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5월 21일 중국 서비스를 진행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6월 센서타워가 발표한 리포트에서 2억7천만달러(한화 약 3천7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서비스명은 '지하성과용사: 기원(地下城与勇士: 起源, 던전앤파이터: 오리진)'으로, 원작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글로벌 게임사 텐센트 게임즈(Tencent Games)가 서비스를 담당한 바 있다.
센서타워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에서 달성한 매출은중국에 진출한 역대 한국 게임은 물론, 현지 중국 인기 게임과 비교해도 고무적인 수치이며, 5월 21일부터 6월 20일 기준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중국 판호 승인을 받은 펄어비스의 대표작 '검은사막'이 순조롭게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검은사막'은 올해 9월에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현지화 작업을 마쳤으며, 10월 22일부터 프리 오픈을 진행해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24일 본격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 '디도스 공격', 게임 시장까지 강타
지난해 12월부터 불거진 디도스 공격이 올해는 게임 시장을 강타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국내 프로리그인 LCK는 디도스 공격에 생중계를 중단하고 녹화방송으로 전환하기도 했으며, 롤파크에 오프라인 서버를 도입하며 상황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T1은 디도스 공격이 심해 공식 스트리밍 방송을 멈추기로 했고,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한 공격도 이어졌다.
특정 서버나 개인 PC에 접속량을 급격히 늘려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키는 디도스 공격은 해킹보다 난이도가 낮다. 여기에 광범위한 PC를 기반으로 이뤄지기에 사전에 차단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도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은데 대응책을 내기에는 까다로운 이중고가 있는 셈이다.
현재도 불안정한 상태로 남은 디도스 이슈를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느지는 중대 과제로 남았다.
◆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퍼스트 디센던트', 동서양 '흥행가도'
넥슨게임즈가 새로운 장르와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넥슨게임즈는 서브컬처 RPG '블루 아카이브'와 차세대 루트슈터 '퍼스트 디센던트'를 필두로 아시아부터 서구권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새로운 장르와 시장 개척에 과감히 도전했던 넥슨게임즈의 개발 역량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에서 게임 흥행은 물론, IP 확장 측면에서도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에는 3.5주년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된 지 하루 만에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이후 5일 동안 최고 매출 순위 3위권을 유지하면서 29일에 다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넥슨게임즈는 서구권 시장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차세대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가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장 다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지난 7월 2일 글로벌 정식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는 고품질의 비주얼과 총기 기반의 화려한 전투를 특징으로 하는 루트슈터 게임이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직후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22만명을 돌파하고 최다 플레이 게임 5위에 올랐다. 특히 미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를 비롯한 북미, 유럽 지역 등에서도 최다 매출 게임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출시 6일차인 7월 8일에는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26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콘솔 플랫폼을 제외한 수치로, 콘솔 이용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용자는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루트슈터는 특히 서구권에서 인기가 많은 장르로, '퍼스트 디센던트'에서도 서구권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인 콘솔의 비중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 트위치 국내 철수…치치직 vs SOOP 맞대결
지난 2월 27일 트위치 한국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후 상반기 동안 국내 개인방송 시장을 가운데 둔 치지직과 SOOP(전 아프리카TV)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두 회사는 트위치에서 인기를 끌던 주요 스트리머를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그 결과 네이버 치지직은 도전자 입장임에도 베타 서비스 한 달 만에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 130만명을 기록했고, SOOP은 트위치 이용자 유입 효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6%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트위치가 국내에서 철수하며 밝힌 '망 용료 문제'는 조기에 해결될 기미가 없기에 복귀는 묘연한 상황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VOD 서비스 중단, 불법촬영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미이행 등을 이유로 트위치에 과징금 4억3천만원과 과태로 1천500만원을 부과했다.
◆ 시프트업 상장…'스텔라 블레이드' 열풍
지난해 네오위즈 'P의 거짓'에 이어 올해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콘솔 게임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PS5 독점 게임으로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판매량 100만장 이상을 기록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가 많은 이용자들로부터 주목받으면서, 스텔라 블레이드를 선정성 문제로 지적한 해외 매체가 엄청난 비난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에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성공을 거두면서 코스피 입성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놓치기는 했으나, 7관왕에 오르면서 대상보다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넥슨에 116억원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월 넥슨에 11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게임 내 아이템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했거나 거짓으로 알렸고, 이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넥슨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로 떠오른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 판매를 중단하고, 메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소명할 부분이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유저들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메이플스토리 유저 508명이 넥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부터 모집한 집단분쟁조정에는 무려 5천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했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서비스 종료 후 환불 절차 없이 잠적하는 게임 근절을 위해 30일 이상 환불 전담창구 운영 등을 중심으로 게임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게임 소비자 보호가 완연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 게임 시장에 휘몰아친 '체질 개선'
코로나19로 뜻하지 않게 특수를 누렸던 게임 시장이었으나, 국내 상황은 올해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가 10년 만에 역성장했다는 조사가 나온 것은 물론, 해외 대형 게임사들은 연초부터 지속적인 인력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였다. 국내 기업들도 사업 효율화와 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데브시스터즈는 내부 조직의 규모 성장과 외부 경쟁 환경 심화에 따라 데브시스터즈의 핵심 리더십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최일선에서 지금까지 데브시스터즈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요 리더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4인의 최고 경영진 체제를 구축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판교 R&D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독립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위한 4개의 자회사 설립을 확정했다.
신설 회사는 3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FirstSpark Games) ▲빅파이어 게임즈(BigFire Games) ▲루디우스 게임즈(Ludius Games)와 AI기술 전문기업 ▲엔씨 에이아이(NC AI)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신설 법인 4곳은 내년 2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엑스박스 부서에서 1천9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여기에 지난 6년간 100명 이상의 개발팀을 구성하고 다른 프로젝트보다 더 오래 개발하면서 공을 들였던 '오디세이' 프로젝트도 접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