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5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와 시장의 생존 본능이 치열하게 맞부딪친 한 해였다.
정부는 6.27, 9.7, 10.15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수요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서울 핵심지와 신축 아파트를 향한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의 역설'로 전세가 실종되고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등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됐다.
반면 내수 침체와 안전 사고 리스크로 이중고를 겪은 건설사들은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최종 계약이라는 ‘초대형 잭팟’을 터뜨리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다만 건설경기는 6년째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다가오는 2026년 역시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년일보는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건설·부동산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 6.27·9.7·10.15...이재명 정부 부동산 규제 3종 세트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는 전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규제책이 시장을 덮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는 6월, 9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금융과 행정, 공급을 아우르는 매머드급 대책을 쏟아냈다.
이른바 ‘규제 3종 세트’는 투기 수요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었으나, 시장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신호탄은 6.27 대책이었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다주택자의 자금줄을 죄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수도권 주택 구입 시 대출 한도를 일괄적으로 6억원으로 제한해 고가 주택 진입 장벽을 높였고, 특히 2주택 이상 보유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0%로 묶어버렸다.
이어 발표된 9.7 대책은 공급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민간 위주의 개발이 투기를 조장한다고 판단한 정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을 전담하는 공공 주도 공급 로드맵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호를 공급하고, 개발 이익을 공공이 환수해 임대주택 건설 등에 재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주택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거주의 공간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국정 철학을 내비치기도 했다.
규제의 정점은 10.15 대책에서 찍혔다. 서울 집값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 등 경기도 핵심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LTV를 기존 70%에서 40%로 대폭 축소하며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 구매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연쇄적인 규제 폭탄의 위력은 즉각적이었다. 10.15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대비 반토막 났고, 매수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자금력이 부족한 2030 영끌족의 매수 행렬이 멈췄고, 다주택자들은 매물 출회 대신 버티기에 돌입하며 시장은 거래 자체가 실종되는 '빙하기'에 진입했다.
◆ 희망고문 끝...3기 신도시 본청약 돌입
오랜 기다림 끝에 3기 신도시의 본청약이 시작됐다. 7월 남양주 왕숙지구를 시작으로 과천 주암 등에서 총 1만 3천 호 규모의 입주자 모집이 진행됐다.
특히 남양주 왕숙지구(B-17블록)는 일반공급 128가구 모집에 무려 1만4천23명의 구름 인파가 몰리며 평균 109.6대 1이라는 3기 신도시 최초의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기 평형인 전용 74㎡는 최고 163.6대 1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청약 열기는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분양가 급등에 따른 불안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서울 신축 아파트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공공분양으로 수요가 쏠렸다는 평가다.
다만 본청약 일정마저 당초 계획보다 1~2년씩 지연된 만큼, 실제 입주 시기 역시 불투명하다는 점은 여전한 리스크로 꼽힌다.
◆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35일 천하’ 촌극
서울시는 지난 2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인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5년 만에 전격 해제했다. "장기간 규제로 인한 주민 피로도와 재산권 침해를 고려했다"는 것이 당시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규제 빗장이 풀리자마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 수요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를 비롯해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요 단지 호가가 불과 2주 만에 수억 원씩 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매도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 대기자들은 계약금을 들고 줄을 서는 등 시장은 순식간에 과열 양상을 띠었다.
예상치 못한 집값 폭등세에 당황한 서울시는 결국 스스로 결정을 뒤집는 악수를 뒀다. 해제 불과 35일 만인 3월 19일, 긴급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해당 지역을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서울시는 "시장 불안 요인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 서울 아파트값 고공행진과 한강벨트 부상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폭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연간 기준 최고 상승률인 8.1%를 기록하며 ‘규제 무용론’을 입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규모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송파구가 19.78% 오르며 상승장을 주도했고, 성동구(17.94%)와 마포구(13.50%)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강남 3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상급지'의 개념이 한강 변을 따라 마포와 용산, 성동구로 확장되며 부촌의 지도가 재편됐다.
특히 성동구는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개발 가시화와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 호재가 겹치며 강남구와의 집값 격차를 역대 최소 폭으로 좁혔다.
◆ 전세 실종과 월세 거래 비중 역대 최고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가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누계 62.7%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축소된 수요 측 요인과, 보유세 부담 및 금리 변동성에 대응해 현금 흐름 확보를 선호하는 공급(임대인)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 품귀 현상과 함께 반전세 및 순수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주거 비용 부담이 늘어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중대재해 쇼크와 안전불감증...노동안전 종합대책 '원스트라이크 아웃'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차라는 시점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했다. 지난 2월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이던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 지지 구조물(거더)이 붕괴해 작업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3월 평택 아파트 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등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조차 후진국형 인명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안전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9월 15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칼을 빼 들었다. 핵심은 경제적 제재와 시장 퇴출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빈발하는 건설사에 대해 건설업 등록 말소를 요청해 영업 활동을 즉각 중단시킬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 기업의 안전 투자 비용보다 사고 처리 비용을 높게 책정해 안전 경각심을 강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안전 이슈에 주요 건설사 CEO들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 줄줄이 소환돼 고개를 숙여야 했다.
◆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경쟁 격화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시공권 확보의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강남과 한강변 등 주요 사업지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 DL이앤씨의 ‘아크로(ACRO)’, 대우건설의 ‘써밋(SUMMIT)’, 롯데건설의 ‘르엘(LE-EL)’ 등 건설사들의 최상위 브랜드를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삼성물산은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대신 ‘래미안’ 단일 브랜드를 고수하며, 강남권 등 랜드마크 단지에는 ‘원(One)’이라는 펫네임을 붙여 차별화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성공 이후 ‘원펜타스’, ‘원페를라’ 등 ‘원’ 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치열해진 고급화 경쟁은 아파트의 품질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낳았다.스카이브릿지, 호텔급 조식 서비스, 외산 명품 주방 가구 등 특화 설계 경쟁이 과열되면서 평당 공사비가 1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사례가 속출했다.
◆ 체코 원전 26조 잭팟...팀코리아 낙수효과 본격화
지난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최종 계약을 체결하며 K-원전의 새 역사를 썼다.
연말이 되자 낙수 효과도 본격화됐다. 한전기술이 한수원과 1조2촌500억 원 규모의 종합 설계 용역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5조6천억원 규모의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분기에는 대우건설의 시공 계약까지 예고돼 있어 침체된 국내 건설업계의 확실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 ‘20억 로또’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광풍...강남·잠실 분양시장 ‘불장’
분양가 상한제가 만들어낸 '로또 청약' 열풍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은 당첨만 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소식에 청약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1순위 청약 230가구 모집에 무려 5만4천631명이 통장을 던지며 평균 237.5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권 로또 분양 열기는 송파구로도 이어졌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 르엘' 역시 20년 만의 잠실권 대단지 신축이라는 희소성에 힘입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200대 1에 육박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단지는 모두 분양가가 15억 원을 훌쩍 넘어 대출이 제한적이었음에도, 확실한 시세 차익이 보장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속도전 속 ‘이주 대란’ 우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선도지구 지정을 기점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는 주민 동의율이 높고 정비가 시급한 단지들을 선도지구로 선정하고, 사업 파급 효과를 고려해 구역 지정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한 7만 가구 수준으로 확정했다.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면제 등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혜택을 등에 업은 통합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부는 2030년까지 6만3천 가구 착공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수만 가구가 단기간에 이주를 시작할 경우 인근 전세 시장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전세 대란' 공포가 여전하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추정 분담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