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번주말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건설업계의 두 강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는다. 양사는 눈길을 사로잡는 각종 특화설계와 금융조건을 제시하는 한편, 도시정비사업에선 이례적으로 대표이사들까지 직접 나서며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같이 달아오른 수주전의 원인에는 향후 다른 핵심입지의 수주까지 염두해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재개발 대어로 손꼽히는 한남4구역의 시공사가 결정된다.
한남4구역은 한강변 입지에 사업비만 1조5천억원이 넘는 재개발 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업계의 적잖은 이목을 끌고있다. 출사표를 던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회사 역량을 총 결집해 반드시 수주한다는 각오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는 지난해 11월 직접 현장을 방문, 담당 직원들에게 해당 사업장을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역시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지난 4일 이 구역 합동설명회에 참석해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양 사는 앞다투어 특화설계와 이익을 극대화하는 금융조건을 발표하며 조합원 공략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서울시청 잔디광장 6배 규모로 111가지 종류, 175개의 프로그램을 갖춘 역대급 커뮤니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단지 중심의 센트럴 커뮤니티에는 아쿠아 스포츠 파크 ▲힐링 사우나 ▲스마트 AI 피트니스 ▲레슨룸과 어프로치 웨이를 갖춘 골프클럽 ▲라이브러리 라운지 등 다양한 스포츠∙문화 시설을 집중 배치해 사계절 내내 쾌적한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하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회차 공간과 드롭-오프존을 만들어 손님맞이와 아이들 통학에 특화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충전 구역에는 불꽃 감지 센서가 장착된 CCTV를 설치해 화재를 빠르게 감지하고, 관리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신 기준에 맞는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고 단지 건물 구조체의 안전과 품질 유지관리를 10년 동안 보장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합원의 분담금 상환을 최대 4년 유예해 전∙월세 등 투자 수익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합원 이주비 LTV 150% ▲최저 이주비 12억원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착공 전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 시공사 부담 ▲분양면적 확대 등을 제안한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현대건설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와 협업해 한강변 최대 길이인 300m의 더블 스카이 브릿지와 인피니티 풀 등 블록마다 상징적인 스카이 커뮤니티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고층에 수영장, 피트니스클럽, 스파 등을 갖춰놓고 한강을 바라보며 운동과 휴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하에도 유아 풀과 물놀이 시설을 갖춘 630평 규모 워터파크를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프랑스의 대표 조각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조각품 '골든 캐리지'를 단지 중심부에 배치해 '디에이치 한강'의 품격과 예술적 가치를 고취시킨다는 방침이다.
공사비도 조합이 밝힌 금액(1조5천723억원)보다 868억원 절감한 1조4천855억원을 제시하고 ▲사업비 전액 CD+0.1% 책임조달 ▲총 공사기간 49개월(본 공사기간 43개월) ▲아파트‧상가 미분양시 100% 대물변제 등 파격적인 조건을 담았다.
업계에서는 한남4구역에 양사가 내놓은 조건 모두 역대급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는 올해 압구정과 성수, 여의도 등 서울 내 핵심입지에서 전개될 수주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 입장에서 서울에서 수주할 만한 지역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강변 입지인 한남에서의 수주는 향후 대장주로 평가받는 압구정과 여의도 등에서 펼쳐질 수주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각 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용산은 규제지역으로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데 향후 일반 분양가에 특화설계 등으로 올라간 사업비가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51개 동, 2천331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