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313/art_1742887358301_25f1f6.jpg)
【 청년일보 】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도입된지 6개월차를 맞았다. 이번 지수에 식음료업계는 5개의 기업이 포함됐는데, 이들 회사의 주가 추이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한국거래소, 지난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수익성·주주환원·시장평가 등 고려
26일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Korea Value-up Index·이하 밸류업 지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신한지주 등 100개 종목이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value-up·가치 상승)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 9월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를 처음 도입하며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방식에는 ▲시장 대표성(시가총액·거래대금·유동비율) 외에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해야 주주환원 부문을 통과할 수 있으며, 시장평가는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산업군별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 또는 전체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에 해당해야 한다.
특히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낮은 자본효율성과 주주환원'이 지목된 바 있어, 거래소는 이번에 PBR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핵심 지표로 채택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혹은 낮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ROE는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주주지분인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밸류업 지표다.
이번 지수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7개 종목, 코스닥 시장에서 33개 종목이 선정됐다.
전체 100개 종목 중 산업군별로는 ▲정보기술 24개 ▲산업재 20개 ▲헬스케어 12개 등이며, 식음료 기업 중에서는 ▲삼양식품 ▲오리온 ▲동서 ▲오뚜기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 등 5곳이 이름을 올렸다.
◆ 삼양식품·오리온, 증권가 목표주가 줄인상…동서, 올 주총서 중간 배당 정관 신설
밸류업 지수 선정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식음료 5개 기업의 주가 추이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 오리온, 동서는 오름세를 보인 반면, 오뚜기와 롯데칠성은 아쉬운 주가 흐름을 보였다.
먼저 가장 돋보이는 곳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3월 25일 52주 신저가(19만2천300원)를 기록했으나 약 1년만인 지난 19일 52주 신고가(95만8천원)를 갱신했다. 전날 기준 종가는 87만7천원이었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지난해 9월 이후로도 주가가 꾸준히 오르며 1주당 10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양식품의 PBR은 6.98배, ROE는 39.37%였다.
삼양식품의 주가를 견인하는 것은 불닭볶음면이다. 전세계적인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회사는 '불닭'의 성공적인 글로벌 IP(지식재산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단순한 라면 브랜드를 넘어 소스, 스낵, 간편식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메가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 1조7천280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도 최초로 3천억원을 돌파했다. 수익성 높은 해외사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안타증권은 이러한 추세가 올해도 이어져 삼양식품의 연간 매출액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닭볶음면의 ASP(평균판매단가)는 경쟁 제품 대비 30% 높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제품 다각화에 따른 중장기적 수익성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10만원으로 제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전자투표제 도입, 중간배당 실시, 배당절차 개선 등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의 주가도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5일 52주 신저가(8만1천800원)에서 약 7개월 만인 지난 19일 52주 신고가(12만3천500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전날 11만8천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오리온의 PBR과 ROE는 각각 1.1배, 14.9%로 추산된다.
오리온 역시 지난해 매출액 3조1천43억원, 영업이익 5천436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회사는 지난해 4월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성향을 향후 3년간 연결 지배지분 당기순이익 20% 이상으로 높이는 배당정책을 공시한 바 있다.
이후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기존 1천250원에서 2천500원으로 두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연결 지배지분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손익 제외)의 26% 수준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주주가치 극대화는 오리온의 경영방침 중 하나"라며 "더불어 오리온의 주주환원 정책은 회사 성과에 기반한 안정적인 현금배당과 지속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장기적인 관점의 주주환원 제고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당사는 향후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성장으로 배당재원을 확보해 배당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높은 해외 비중(매출 64%, 영업이익 67%)으로 과거 K-푸드 대장 역할을 했으나, 지난 2년간 외형 성장이 부진하며 주가도 약세였다"며 "다만 올해부터 제품 및 채널 경쟁력 강화에 따른 매출 성장률 및 주가 회복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2만8천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했다.
동서 또한 지난해 8월 5일 52주 신저가(1만6천920원)를 기록했으나 12월 1일 52주 신고가(3만1천700원)를 갱신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2월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전날은 2만7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동서의 지난해 말 기준 PBR과 ROE는 각각 1.59배, 9.52%다.
동서는 ▲2021년 700원 ▲2022년 730원 ▲2023년 780원 ▲2024년 890원 등 매년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후 회사는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중간 배당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 롯데칠성·오뚜기, 최근 52주 신저가 기록했으나 최근 반등세…주주환원 강화 계획
반면 롯데칠성과 오뚜기는 아쉬운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롯데칠성은 지난해 6월 17일 52주 신고가(14만6천100원)를 갱신했으나 지난달 11일 52주 신저가(9만9천500원)를 기록했다. 이후 반등해 전날 11만1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말 기준 PBR과 ROE는 각각 0.75배, 3.99%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국내 종합음료기업 최초로 연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연매출 4조원은 2023년 3조원 달성 이후 1년만의 성과이며 2001년 조단위 매출 시대를 연 후 23년 만의 결실이다.
회사는 이번 실적 개선 주요 요인을 필리핀펩시를 필두로 한 글로벌 사업 확대와 제로음료와 소주 '새로'라고 분석했다.
특히 필리핀 법인은 연매출이 1조원 이상의 법인이며 2023년 적자에서 2024년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도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미얀마 법인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경기 부진 지속과 2차 문화 감소 등 음주 문화 변화에 따라 지난해 내수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해외 사업 성장으로 일부 상쇄한 것이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해 밸류업 공시에서 현재 약 21%였던 연결기준 주주환원율을 2028년까지 30% 달성하겠다고 안내했다. 또 기존 주주환원 지표였던 '배당성향'보다 선진화된 개념인 '주주환원율'을 도입했다.
해외사업 비중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기존 별도기준에서 연결기준으로 기준을 변경하는 등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올해에도 내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준비를 하고 해외사업에서 많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내수 수익성 개선과 해외사업 확대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뚜기의 경우 지난해 6월 13일 52주 신고가(51만3천원)를 갱신했으나 11월 14일 52주 신저가(37만5천500원)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소폭 반등해 전날 기준 종가는 41만4천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액 3조5천391억원, 영업이익 2천220억원, 당기순이익 1천37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45%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91%, 14.90%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뚜기는 PBR 0.66배, ROE 6.86%를 각각 기록했다.
오뚜기는 삼양식품이나 농심에 비해 해외 사업이 다소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한 방탄소년단(BTS) '진'과 함께하는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 할랄 시장을 공략한 라면 신제품 출시 등 해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아울러 회사는 식음료업계 중 1주당 배당금이 9천원으로 가장 높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21년 8천원에서 2022년 9천원으로 올린 뒤 몇 년간 동일한 배당금을 유지하고 있다. 또 오뚜기는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지난해 8월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 및 공시한 바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더불어 치열한 국내시장에서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적정 수준의 이익율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주주환원정책은 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업계에서는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상반된 분위기인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의 수익률이 코스피 200이나 KRX300보다 높게 나온 것도 투자자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회사들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며 "앞으로 밸류업 지수를 활용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밸류업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해 투자자와 기업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볼 수 있듯이 밸류업 지수는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봤다.
다만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은 당연하지만, 배당을 늘릴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투자나 신사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밸류업 지수 도입의 취지는 좋지만 단기 성과에만 주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균형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