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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뒤에 남은 것들(中)] "법정에 선 담배”…쟁점은 '질병과의 인과관계'

흡연과 폐암 사이 인과관계 공방 계속…공단과 기업의 법리 충돌 격화
533억원 손해배상 두고 책임 다툼 격화…개별 환자 입증 여부가 핵심
“흡연 때문” 입증하라는 1심 판결…건보공단은 역학근거로 반격 나서
법은 담배회사의 고지의무 따져…인과 입증 실패 시 책임 인정 어려워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건강보험 재정과 기업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번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공익소송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다. 법원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사회적 책임 논의에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시리즈는 소송의 시작부터 항소심 쟁점, 그리고 판결 이후의 영향을 따라가며 이 문제의 본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담배 한 갑의 그림자"…건보공단의 11년 소송전
(中) "법정에 선 담배”…쟁점은 '질병과의 인과관계'
(下) "담배 소송이 남긴 것"…제도 개편·기업 책임 논의 분기점

 

【 청년일보 】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담배업계 간 손해배상 소송이 1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의 책임 가운데 어디까지 기업에 물을지에 대한 판결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2일 열릴 12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일정을 확정할 전망이다.

 

이 소송은 공단이 폐암 및 후두암 환자 3천465명의 진료비 중 10년간 공단이 부담한 533억원을 손해로 보고, 이를 국내 주요 담배 제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2014년 제기됐다.

 

2020년 11월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질환 간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고, 담배 설계·표시상 결함과 안전성의 결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은 보험자로서 지급한 급여비에 대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 공단 “설계 결함·경고 미흡…책임 회피 안 돼”

 

공단은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전면 반박하며 법리와 증거를 보강해 대응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담배회사는 담배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얻게 된다”며 “1심에서 공단이 제출한 방대한 자료에 대해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공단은 고도흡연자군(20갑년 이상, 30년 이상 흡연)에서 발생한 폐암과 후두암은 흡연 외 주요 발병 원인이 드물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역학자료에서도 그 인과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담배회사들이 ▲제품 유해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고 ▲‘저타르’, ‘마일드’ 등의 표현을 통해 소비자를 오도했으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설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분명히 존재하며, 그 피해는 담배라는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이를 제조·수입·판매한 기업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특히 담배회사들이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그 위험을 증가시켜 왔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단은 항소심 대응전략도 다각도로 전개 중이다. 보건의료·법학·의학 전문가 자문을 통해 법리를 보강하고, 국내외 연구논문 분석을 통해 증거자료를 강화하고 있다.

 

언론 기고와 시민단체 연대 등 외부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있으며, 재판부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범국민 지지서명 운동(담소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이달 말까지 공단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진행되며, 총 100만명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해외선 유사 소송 줄줄이 승소…공단 논리 힘실리나

 

아울러 해외에서도 흡연 피해와 관련해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법적 판단이 이미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공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해외 사례가 국내 판결에도 일정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이다. 1998년 11월, 미국 46개 주정부와 미국 내 4대 담배 제조사는 ‘마스터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 MSA)’를 체결했다.

 

이 합의에 따라 담배회사들은 25년간 총 2천60억달러(한화 약 260조원)를 지급하고, 청소년 대상 광고 중단, 담배업계 외부문건 공개, 반흡연 활동 지원 재단 설립 등에 동의했다.

 

이어 1999년에는 미 연방정부가 RICO법(부정패조직처벌법)을 근거로 7개 담배회사와 2개 담배연구소를 상대로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담배회사가 흡연 위험성을 알면서도 경고하지 않았고 ▲중독성 물질을 강화했으며 ▲제품 위해성을 축소하는 마케팅을 지속한 점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캐나다에서는 브리티시 콜롬비아(British Columbia)주를 시작으로 전국 13개 주(province)와 준주(territory)가 담배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이후 집단으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의료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왔다.

 

2015년 캐나다 법원은 담배회사들이 유해성과 중독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하며 156억 캐나다달러(약 13조8천억원) 배상을 명령했다.

 

이에 담배회사들은 201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지난 올해 3월 총 325억 캐나다달러(약 33조원)를 배상하는 법원 합의안이 확정됐다.

 

브라질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 브라질 정부는 필립모리스 등 다국적 담배회사를 상대로, 지난 5년간 담배로 인한 질병 치료비 환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담배업계 “법원 판단 존중…성실히 임하겠다”

 

담배업계는 이번 항소심과 관련해 “소송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로 모든 법적 절차에 책임 있게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 담배의 결함 및 불법행위 주장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건보공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며 “담배소송과 유사한 일반 소비자 소송도 과거 4건이 있었지만, 모두 원고 패소로 종결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공단이 보험자로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흡연과 폐암·후두암 간 인과관계가 개별 환자 수준에서 인정되는지 ▲담배에 설계·표시상 결함이 있었는지 등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 쟁점에 대해 1회씩만 추가 변론을 진행하기로 하고, 총 11차례 변론을 거쳐 사실상 결론 도출 단계에 접어들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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