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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잔혹사 (中)] 조양래 명예회장, 경영권 상속 분쟁 중 ‘정신감정 불명예'

조현범 회장,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42.03%…최대주주 올라
장남 조현식 고문, 차녀 조희원씨, 조양래 명예회장, 조희경 이사장 순
조 명예회장, 장녀 조희경 이사장으로부터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조 이사장, 부친 조 명예회장 한정후견 심판 기각에 재항고장 제출

 

타이어 업계 호황을 등에 업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던 국내 1위 타이어 제조사 ‘한국타이어’가 리더십 부재로 글로벌 경영에 빨간불이 커졌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선고가 내려지면서 지난 5월 29일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포함해 열관리 솔루션 기업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공장 건설에 3조5천여억원을 투자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조현범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실형 선고는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을 메울 조직 구성과 사업 확장, 해외 투자 및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속도도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 회장이 법정구속된 상태에서 항소심과 상고심을 이어간다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소 3~4년 이상 최고경영자가 부재한 상태로 경영을 이어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조현범 회장,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법정구속…리더십 부재 ‘설상가상’
(中) 조양래 명예회장, 경영권 상속 분쟁 중 ‘정신감정 불명예’
(下) 한국타이어 노조 파업·공장 화재 피해 악재 ‘첩첩산중’

 

 

【 청년일보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그룹 경영에 공백이 생겼다.

 

앞서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권을 이어받은 조현범 회장의 부재는 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 

 

이는 2020년 7월 31일 기준 조현범 회장(42.90%)이 장남 조현식 고문(19.32%)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씨(10.82%)를 모두 제치고 그룹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2025년 1분기 한국앤컴퍼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42.03%)이 그룹 지주사 최대주주로, 장남 조현식 고문(18.93%)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 차녀 조희원씨(10.61%)를 포함해 조양래 명예회장(4.41%)과 효성첨단소재(0.78%)도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에 이름이 올라 있다. 

 

조 회장의 빈 자리는 당분간 전문경영인인 박종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와 이상훈·안종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가 채울 것으로 보인다. 

 

◆ 조양래 명예회장, 장녀 조희경 이사장 측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로 정신 감정 대상자 돼


지난 2020~2023년 일어난 경영권 상속 분쟁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의 조 회장에 대한 지분 23.59% 매각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조희경 이사장이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면서 불화가 지속됐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조 이사장은 지난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를 차남인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가사소송법 제45조의 2 ‘정신상태의 감정’ 등에 따라 가정법원은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할 경우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키도록 돼 있다.

 

법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 정신 감정을 촉탁했지만 이들 병원은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환자 진료기록 및 병실 부족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정신 감정을 포함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의 대상자로 지정된 데 대해 조 명예회장은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가족인 딸로부터 받은 배신감에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경영권 갈등이 소송전(戰)으로 번진 데 대해서도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3년 12월 ‘반(反) 조현범 연대’를 구성해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한 조 고문과 조 이사장, 조씨 등 한국타이어 3남매는 당시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연달아 추가 매입하며 조 회장을 지원한 영향으로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법조계도 조 명예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24년 4월 1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조영호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조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의 항고심에서 조 이사장의 항고를 기각했다.

 

지난 2022년 4월 1심 재판부는 조 이사장 청구를 기각했고, 조 이사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조 이사장이 조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에 반발해 청구한 심판이 3년 10개월만에 항고심에서까지 기각되면서 업계는 조 명예회장 자녀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조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조 고문과 조희원씨 등 3남매의 경영권 확보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조희경 이사장,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 한정후견 심판 기각에 재항고…“재판, 절차상 문제 많아”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에 대한 결정은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측은 같은 달 11일 한정후견 개시 심판 항고심에서 내려진 기각 결정에 불복해 서울가정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후견 제도는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으로 나뉜다.

 

지난 2022년 4월 1심 재판부는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고, 조 이사장 측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이사장은 이날 재항고 입장문에서 “재판 절차상 문제와 의혹이 많은 판결에 승복할 수 없기에 대법원에 즉시 항고했다”며 “아버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고심 진행 과정에서도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의 정밀 정신감정을 맡은 의사가 치료와 추가 검사 필요성을 구두로 언급하면서 실제 재판부에 제출된 감정서의 내용은 이와 달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감정서에는 갑자기 후견 개시와 아무 상관없는 후계자 문제를 언급하며 후견 신체 감정의 본질을 스스로 호도하는 내용까지 담겼다”며 “후견 소송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버지의 건강을 이용하는 세력이 감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재판부에 감정 과정에 대한 사실조회와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했지만, 병원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정확한 진단과 진료,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아버지의 상황이 더 악화되게 만든 감정의 재판부는 물론 아버지 건강에는 관심조차 없고 재산에만 관심있는 조현범(회장)까지 모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 이사장 측의 재항고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룹은 2024년 4월 11일 항소심 기각 결정에 대해 조 명예회장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선호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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