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의 ‘AI 3대 강국(G3) 도약’ 전략과 맞물려 국내 발전공기업들이 2026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 대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통한 에너지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사는 기존의 단순한 디지털 기술 도입을 넘어, 경영 전반과 발전 현장에 AI를 실전 배치하여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발전사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2026년은 분산된 발전 데이터를 하나로 묶고 이를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실전 운전에 적용하는 ‘지능형 에너지 관리’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기술로 쌓는 ‘AI 성벽’…기술 자립과 보안 강화
발전 5사의 2026년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술 자립’이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솔루션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산 AI 반도체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리벨리온 등 국내 팹리스 기업과 협업하여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기반의 통합 인프라를 구축한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외산 GPU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에너지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하이코미’ 플랫폼은 보안 사고 없는 안정적인 AI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남동발전 역시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하이브리드 AI 플랫폼 ‘남동아이’를 2026년까지 전사적으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남동발전 DX 담당자는 “남동아이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사내의 방대한 기술 데이터 속에서 1초 만에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엔진”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방식이 조직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은 ‘안전 지능화’, 사무실은 ‘행정 자동화’
발전소 현장에서는 AI가 인간의 오감을 대신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무재해 사업장’ 구현이 핵심이다.
한국남부발전은 2026년까지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적용된 수상드론과 지능형 CCTV 시스템을 전 사업소에 확대 배치한다. 남부발전 안전관리 관계자는 “AI가 2인 1조 작업 준수 여부나 안전모 착용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함으로써 관리자의 관제 부담을 덜고 사각지대를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서부발전은 ‘AX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민간의 로봇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 위험 구역 점검 업무를 AI 로봇이 전담하게 함으로써 인명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민간 강소기업에 발전 데이터를 개방하고 현장 실증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발전소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국가 AI 생태계를 키우는 상생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사무 환경의 변화도 가파르다. 한국동서발전은 AX 비전 ‘S3(Science, Safety, Smart)’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플랫폼 ‘EZY(이지)’를 고도화한다. 동서발전 기획 담당자는 “전 직원이 AI 비서를 활용해 기술 보고서 요약, 전표 처리, 법령 검토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창의적인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이라며 업무 생산성이 50% 이상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사 통합 시너지…AI가 ‘디지털 접착제’ 역할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 통합론은 2026년 AI 전환 전략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5개사로 흩어져 있던 발전 데이터가 하나로 통합될 경우, AI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출력 예측 기술이 향후 재생에너지 변동성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개사가 각기 운영하던 예측 모델을 통합하여 ‘국가 에너지 통합 관제 시스템’으로 격상시킨다면,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수조 원대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의 통합 추진은 AI 전환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파편화된 기술력을 하나로 모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안전한 에너지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통합과 AX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인력의 ‘정의로운 전환’ 돕는 AI 길잡이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인력 재배치 문제에서도 AI는 해결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석탄 발전 분야에서 근무하던 숙련 인력들이 재생에너지나 지능형 관제 분야로 직무를 전환할 때, 생성형 AI가 맞춤형 교육과 업무 가이드를 제공하여 연착륙을 돕는다.
발전사 경영진들은 “2026년은 AI가 특정 부서의 실험적 도구를 넘어 전 임직원의 일상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기술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직원 없이 모두가 AI를 도구 삼아 더 가치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