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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쏟아내는 한국거래소...증권업계, 시스템 투자에 인력부담 가중 '끌탕'

한국거래소, 거래시간 연장·파생상품 확대·지수 사업 동시 추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목적...외국인 투자 유입 확대 기대
증권사, 시스템 투자·인력 운영 부담 급증 우려
초단기 옵션 확대에 시장 변동성 및 개인 투자자 리스크 지적
증권업계 "단계적 도입·제도 보완 없는 속도전은 부작용 불가피”

 

【 청년일보 】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과 파생상품 확대, 해외주식 지수 개발 등 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증권업계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준비 기간과 제도적 보완 없이 속도전에 치우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거래시간 연장에 이어 파생상품 확대와 해외주식 지수 개발 등 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거래시간 확대다. 한국거래소는 기존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 더해 프리마켓(오전 7시~7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도입해 하루 최대 12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과의 시차를 고려해 해외 투자자 유입을 늘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거래시간 확대가 단순한 운영 시간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주문 처리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해야 하고, 장애 대응 체계도 사실상 상시 운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낮은 프리·애프터마켓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부담도 동시에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근로 환경에 대한 우려도 크다. 장시간 거래 체계는 인력 운영 부담으로 직결되므로, 충분한 인력 확충 없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시스템뿐 아니라 인력 운영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며 “단계적 도입 없이 추진될 경우 현장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는 글로벌 시장 흐름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는 기관과 외국인 중심의 거래가 많아 정보 비대칭이 심화될 수 있으며, 유동성이 낮은 구간에서 형성된 가격이 예상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파생상품 시장 확대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개별 종목 위클리옵션에 이어 지수 데일리옵션 도입을 추진하며 초단기 옵션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초단기 옵션, 특히 만기 하루짜리 옵션(0DTE, zero days to expiry)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어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고 장중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해외주식 지수 개발도 주목된다. 한국거래소는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독자 지수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는 ETF 등 금융상품의 기초지수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글로벌 지수 시장이 이미 주요 해외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거래소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지수 사용료 체계 변화와 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정책은 ‘시장 선진화’와 ‘현장 부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에 대응해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단계적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시간 연장, 파생상품 확대, 지수 사업 진출이 각각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인 만큼, 이를 동시에 추진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충분한 제도적 보완 없이 속도전에 치우치면 투자자 피해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도입과 거래시간 연장, 위클리 옵션까지 새로운 제도가 계속 추가되면서 증권사 현업에서는 시스템 구축, 테스트, 전산 비용, 인력 과중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새로운 제도를 추진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수익 효과가 크지 않아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IT 부서는 이미 과부하 상태이며, T+1 도입과 RIA 법안 통과로 인해 전산 업무 부담이 급증했다"면서 "무리한 일정으로 제도가 진행될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민성장펀드, RIA, BDC, 거래시간 연장, 대체거래소 제도 개편 등 주요 제도 변화가 단기간 내 동시에 추진되면서 단기간에 여러 제도 변화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단순 기능 추가 수준을 넘어 코어 로직과 운영 프로세스까지 수정해야 하는 고난도 IT 대응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여기에 내부통제 강화로 인한 추가 개발과 점검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부담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각 과제가 개별 프로젝트 수준의 리스크를 가지는 만큼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일정이 집중되면서 인력 운영과 개발 대응에 구조적인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윤 본부장은 “작년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 다수 증권사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고, 올해 초 거래량 급증 시에도 오류가 계속됐다”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T+1 결제를 언급한 상황에서 거래소가 내년에 원보드 체계로 전환하면 증권사들은 상당한 추가 개발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바꿀 때는 업계와 충분히 논의하고 영향도를 점검하며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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