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경제가 지난 2018년부터 2%대의 낮은 성장세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 부문의 성장률 역시 저성장 흐름의 국내 경제와 유사하게 2018~2019년 2년 연속 역성장을 시현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경연)은 건설투자 둔화가 국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경연은 15일 '2020년 국내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경기는 수도권과 지방권이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등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국내 건설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건설기성은 2018년 2분기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지속 중이나 최근 감소세는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현경연에 따르면 부문별로는 건축기성 감소세가 이어짐에 따라 과거 주택시장 호조로 확대되었던 주거용 건축기성 비중도 2018년 2분기 이후 축소됐다.
반면, 토목기성은 2019년 2분기 상승 반전한 이후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건설기성 감소세를 완화했다. 건설기성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2017년 1분기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였으나, 최근 상승 반전했다.
특히, 부분별로는 2019년 2분기 상승 반전한 건축 부문의 상승세가 확대되었으며, 2019년 4분기 토목 부문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2018년 2분기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왔으나, 2019년 4분기 들어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상승 반전했다. 전국 주택 실거래가격은 2018년 말부터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어 실거래가격 증가율이 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보합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실거래가격은 2018년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되었다가 최근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주택 실거래가격은 2018년 이후 하락세가 확대되었으나, 최근 하락폭이 완화됐다.
건설투자는 과거 경기 부진이 심화되거나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가 컸지만 2018~2019년간 이러한 경기 지탱을 위한 역할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경연은 "2020년에도 경기 진작을 위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건설투자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50%를 상회했던 시기는 대체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던 IMF 외환위기(1998년), 카드 사태(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2년간(2018~2019년) 건설투자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2018년에 이어 마이너스로 사실상 경제 성장을 저해해 2020년 건설투자 증가율도 2019년에 이어 마이너스가 전망되면서 여전히 경기 부양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현경연은 지난해 실질 건설수주 둔화세가 완화되는 가운데 2020년에는 토목·공공 부문이 건설 경기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4~2016년 건축·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실질 건설수주가 호황을 보였으나, 2017~2019년 불황기를 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2017~2018년 토목·공공부문 수주가 증가하면서 전체 건설 경기 둔화세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제시했다.
올해 정부의 SOC 투자 규모가 2019년에 비해 17.6% 증가하는 등 공공부문의 건설투자 확대가 예상된 가운데 민간부문에서의 토목 투자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0년 건설 경기는 토목·공공 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경연은 또 "건설수주 악화 전망에 따라 건설업 업황 부진이 국내 고용 및 기업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고용시장에서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종사자 비중은 2016년 1분기 6.5%에서 2019년 4분기 7.0%까지 확대되었다. 향후 건설 경기가 악화될 경우 건설업 부문 고용의 악화로 이어져 국내 고용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현경연에 따르면 건설업 외감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이 2017년 7.4%에서 2018년 8.8%로 소폭 상승하였다. 향후 건설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한계기업도 늘어나고,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파트 등 신규 입주 물량이 2016년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주택 보급률이 100% 수준을 밑도는 지역이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향후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공급 부족 지역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경연은 "더욱이 2020년에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19년보다 감소할 전망이며, 멸실 물량을 고려하면 일부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였으며, 향후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정부는 서울 및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17번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2020년 2월 20일 각각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대책,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로 인해 2020년 신규 제도의 본격 시행이 예정되어 있으며, 향후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거나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면 규제지역 확대 등 추가 대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현경연은 "저금리 기조 지속과 막대한 시중 부동자금은 향후 부동산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0년에 기준금리는 한 차례 이상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존재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저금리 영향으로 급증한 유동성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실물 경제로 흘러가지 못하고 시중 부동자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경연은 특히 "코로나19의 예상치 못한 빠른 확산이 2020년 주택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되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별 확진자수 증가폭이 감소세에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경연은 "최근 주택 매매 및 전세시장에서 거래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거래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거래가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경연 관계자는 "건설투자 및 건설업 업황 부진이 국내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건전한 성장 구조 유지 및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부동산 경기 판단과 대응 정책 수립 시 일관성과 세심한 주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건설 기업들은 향후 국내 부동산 시장 둔화에 대비하여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