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료=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00625/art_15921895491668_cdea63.jpg?iqs=0.1266775555809555)
【 청년일보 】 지난해 3월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친구 2명과 개인 SNS 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겼다.
여학생 여러 명의 이름이 대화방에서 오르내렸고, 성적인 표현이 적힌 사진도 공유됐다.
친구가 올린 부적절한 사진을 본 A군은 대화방에서 "(성적으로) 그런 취향을 000(여학생)가 받아주면 결혼해"라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화방에 이름이 오르내린 한 여학생이 알게 되면서 드러났다.
이 여학생은 학교 선배로부터 태블릿PC를 빌려 썼다가 A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된 것을 보고 그의 개인 SNS 계정에 로그인했다.
남학생들의 대화를 보고 질겁한 이 여학생은 함께 이름이 언급된 친구에게 대화 내용을 알렸고, 성적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군 등의 메신저 대화는 사이버 성폭력 등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교장은 A군에게 출석정지 5일, 학급 교체, 특별교육 5시간 이수, 여학생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등 학폭위의 의결에 따른 징계 처분을 했다.
A군은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지 않고 설사 학교 폭력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의 징계는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민사14부(고연금 부장판사)는 15일 A군이 모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 조치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학교장이 A군에게 내린 징계 처분은 모두 유효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며 "향후 당사자가 진학하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신중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가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성적 취향을 받아주면 여학생과 결혼하라'는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위법 행위에 준할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3명만 있는 메신저에서 그런 대화가 이뤄졌고 직접 피해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전후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런 표현이 명예훼손·성폭력에 해당하거나 음란정보와 같은 심각한 내용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학교 폭력이 아니어서 원고에 대한 징계는 위법하다"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