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발(發)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또 다시 비상이다.
정부는 연일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새로 발생하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2단계로 격상했다. 사실상 3단계를 발효한다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최악의 상황인 듯 하다. 지난 3월 신천지 발(發)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정도다.
정부는 더 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고군 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시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 1차 대유행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
우선 가장 신속한 대응은 ‘재택근무’ 돌입이다. 대다수의 제약회사들이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자 재택근무를 신속히 결정했다.
유한양행은 오는 25일까지 1차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생산·물류 부문의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재택근무 대상이다. 재택근무 기간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도 수도권 영업직원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향후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 판단해 재택근무 직군과 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구축,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즉 재택근무 시행 여부를 직원들 자율에 맡긴 셈이다.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회의나 모임은 가능한 지양하도록 했다.
GC녹십자도 본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동화약품 역시 직원별 격일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밖에 종근당과 JW중외제약 등도 재택근무 시행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제약업계가 발 빠르게 재택근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과거 한 차례의 ‘경험’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당시 재택·원격근무를 포함한 비대면 영업 및 온라인 회의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기에 이번 재유행에도 선제적 대처가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류가 바이러스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 세계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전자 염기서열에 따라 S, V, L, G, GH, GR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게 제약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전염력이 10배 강한 코로나19 변종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코로나19 사태가 해결 된다해도 신종 변형 바이러스가 언제 또 다시 출몰해 인류를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그때 역시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 극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거 흑사병과 말라리아, 사스 등을 극복해 냈던 것처럼 말이다.
요컨대, 옛말에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고 했다. 2020년 현재 우리 사회는 전 세계에 들이 닥친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이라는 재난에 인류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큰 경험을 얻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경험을 얻는 댓가는 가혹하고 비싸다. 유·무형의 값비싼 댓가를 치루고 있으나, 향후 지속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와 또 다른 신종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라면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이 같은 경험들은 예방 시스템을 만들어 인류를 더욱 발전시키는 자산이기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게 할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시간과의 싸움일 뿐이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