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야권 재편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서울·부산 동시 탈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야권 재편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4.7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0.5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뒤집기', 국민의힘은 '굳히기'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다며 보궐선거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黨)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내부 여론조사를 토대로 서울·부산 모두 승기를 잡았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라며 "여당은 네거티브 전략만 쓰는데 유권자가 그런 것에 속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남은 이틀간 특별한 변수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보궐선거의 흐름이 야당으로 쏠리는 듯한 양상을 전제로 국민의힘에서는 향후 야권 재편과 관련한 전망도 머리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단일 진지를 구축하면 범(汎) 야권 역량이 최대치로 강화된다"며 "이후 중도 확장으로의 변화를 꾀하면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서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압승을 거둘 경우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벌써부터 이를 염두에 둔 '선(先) 통합 후(後) 전당대회'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무게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호남과 중도는 물론 진보로의 외연 확장 노력 덕분에 탄핵 사태 이후 선거 참패의 지긋지긋한 고리를 끊어내고 야권을 회생시켰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에서의 김종인 역할론으로 확장될 개연성이 높다.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前)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영입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대항마로 남는 경우 윤 전 총장의 선택지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정몽준, 고건, 문국현, 안철수, 반기문 등 숱한 대선 후보가 제3지대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하거나 독자 출마를 강행했지만 모두 본선에서 실패했다. 기성정치에 실망한 바람이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지만 승리의 보증수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 후보가 박 후보를 근소한 격차로 누르고 신승을 거둘 경우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여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에 기여한 국민의당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더 큰 2번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처럼 기존 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압승이나 신승이 아닌 패배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서울이나 부산에서 한 곳이라도 패배할 경우 야권 전체는 패배주의가 지배하는 상태를 겪을 수 있고, 이는 신속한 대선 체제 전환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윤 전 총장마저 정치 참여를 미룰 경우 보수와 중도 세력이 명분과 지분 다툼을 하는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대선 정국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청년일보 = 정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