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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통령 정치논리에 내몰린 소상공인...갈 길 잃은 최저임금 협상

 

【 청년일보 】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인상해 시간당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 같은 인상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 15일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에 오는 26일 이의제기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제성장률(4.0%), 소비자물가상승률(1.8%), 취업자증가율(0.7%)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경총은 해당 산식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년)간 최저임금이 15.6% 인상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41.6% 인상된 점을 지적하며 올해 역시 인상률이 높다고 말했다.

 

인상률과 관련 전국편의점주협회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여력도 없다며 "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도 "코로나19 피해를 자영업자들에게 다 지우는 꼴"이라며 반발 의견을 세웠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업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인상된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인건비 부담에 따라 점진적으로 직원을 줄이게 됐다고 말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은 6월 자영업자가 558만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2만9천명 늘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8만명으로 같은 기간 8만3천명 줄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2018년 12월부터 연속 31개월 째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며 자영업자의 영세화가 가중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분배 개선에도 뚜렷한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청년 근로자에게 큰 우려로 작용한다.

 

근로자가 주 15시간 이상 일할 시 사업주가 일주일마다 하루치 임금(주휴수당)을 주는 부분을 고려한다면, 청년들은 알바 자리를 구하는 걱정에 그나마 있던 자리도 사라질 걱정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주가 주휴수당에 대한 부담으로 이른바 '근로 시간 꺾기'(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 계약에서 정한 근로 시간보다 이른 퇴근을 시키는 경우)를 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에 참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1만원 이하의 최저임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9%, 1.5%에 그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의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종 인상 금액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상 수준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상률이 부족함에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인상 공약)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가하며 한국노총이 수용 입장을 밝힌 부분과 다르게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노동 착취를 방지하는 인권보장∙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제도가 효과가 있는 부분도 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안정적인 노동의 수요공급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시장경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노사 양측을 보호하는 본연의 의미에서 벗어나 최저임금제도를 정치 공약 달성의 성과로 만 치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외치며 '소득 주도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정책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그의 저서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소득만이 주도해서는 성장은 이뤄지지 않는다.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득주도성장과 이를 위한 최저임금제가 시장의 작동 원리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공약 실행의 조급함은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결정 과정에서 '밀어붙이기' 논란으로도 비화됐다. 법정 시한을 맞추기 위해 시장원리를 적용한 타협과 합의보다 밀어붙이기식 정치 논리가 앞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위원회의 이번 논의∙표결 과정에 참여한 근로자∙사용자위원들은 집단 퇴장하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각각 불만을 제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 논의를 이어간 지난 13일 새벽,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5명은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끝까지 남아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에 참여해 공익위원 9명과 함께 표결했고 찬성 13표, 기권 1표를 남겼다.

 

그러나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9천30∼9천300원으로 제시한 데 반발해 회의 도중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시장원리보다 앞선 정치 논리가 노사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채 대통령의 정치 공약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경총은 공식 절차를 거쳐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 모두의 불만 만을 남긴채 어느 누구도 위하지 못한 결정이 되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됐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 속에 담겼던 타협과 합의, 소통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다시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 청년일보=최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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