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대형 게임 개발사 '넷마블'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손을 맞잡고 가상 K팝 아이돌그룹을 런칭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 산업과 음악 산업에서 규모 있는 양사가 협업하는 만큼, 가상 K팝 아이돌그룹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IT업계와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THEVC'에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 손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가 발행한 신주 8만주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취득해 메타버스엔터의 지분 40%를 획득했다.
공개된 투자 단계는 시리즈 A로, 스타트업이 시리즈 A 단계에서 100억 단위 투자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형 게임사 넷마블의 손자회사라는 타이틀 덕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100억대 투자금이 들어간만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 참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지분 인수로 메타버스엔터를 관계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카카오엔터는 스타쉽엔터, 하이라인엔터, 플레이엠엔터, 크래커엔터, 그레이고, 메가몬스터, 비에이치엔터, 매니지먼트숲, 영화사월광, 사나이픽처스 등 다수의 연예기획사와 매니지먼트사 등을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카카오엔터 채용 공고 "협업 TF 겸직" "기획안 제출"...전문성 강화 움직임
카카오엔터가 지난 20일 한 채용사이트에 올린 인재영입 공고를 보면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라는 조직에 카카오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채용 공고에서 카카오는 서류 지원자들에게 ▲합격 시 메타버스 협업 TF에 겸직, ▲프로덕션 채용 포지션에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아이돌 그룹 컨셉 및 스토리 기획안'을 요청했다.
채용 공고에 따라 카카오엔터가 그리는 그림을 분석해보면 카카오엔터는 자사 안에서 인하우스 방식으로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향 보다는 새로 신설되는 합작 법인에 인력과 리소스를 투입하게 된다.
메타버스 아이돌 기획도 신규투자한 이 회사를 통해서 심혈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프로덕션 채용 포지션의 지원 필수 요건으로 음악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종 업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로 한정하는 등의 행보도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지난 25일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 측은 "메타버스엔터에 카카오엔터 인력을 넣어 스토리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캐릭터 메타버스 사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라며 "가장 구체화된 목표는 내년 중으로 K팝 버츄얼 아이돌 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메타버스엔터는 앞으로 넷마블과 카카오엔터 양사의 협업 전진 기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넷마블의 그래픽 기술, 카카오의 매니지먼트 역량...'제2의 방탄' 가능할까
가상인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뜨겁다. 연예인 개인 사생활으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노이즈가 사전에 원천 차단되기 때문이다. 가상 인간이기 때문에 윤리성, 도덕성 문제가 발생할 수가 없는 셈이다.
더구나 CG로 구현되므로 연출에 한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제약도 없이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지도 않아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는 단한 번의 성공 기획으로도 꾸준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한라이프' 광고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상 연예인 '로지'가 꼽힌다. '로지'는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쉐보레 전기차, 반얀트리 호텔 등 다양한 브랜드 광고에 출연하면서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나이는 22살로 고정돼 있어 다른 인기 있는 가상 연예인이 우후죽순으로 등장, 보편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져 인기가 급락하지 않는 한 이론적으론 연예계 생활에 한게가 없어 보인다.
가상 연예인 '로지'의 부모이자 소속사인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성공적인 런칭에 힘입어 남성 3인조 가상 인간 아이돌 그룹도 준비 중이다.
로지의 경우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매체 단역 출연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회사 측은 로지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 색을 찾고 텍스트를 음성화 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0억 가상소녀' 로지처럼 현실 세계에 있지만 있지 않은 신비한 존재인 '가상 연예인'의 등장으로 연예계와 광고업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청년일보=조시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