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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따로 있는데" 정부에 소송 건 삼성물산...국도공사 '지지부진'에 주민들만 '속앓이'

삼성물산, 2020년 정부 상대 도로공사 지연에 대한 '손실보상' 소송 제기...지난 4월 말 쌍방간 '법적공방'
공사 지연으로 인한 인력·장비 투입 등에 대한 간접비 보상 요구...공사 지연 논란의 핵심엔 '안정사' 지목
원주지방국토청 "안정사측이 공사진행 방해"...안정사 "사태 해결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 없어" 반박

 

【 청년일보 】 강원도에 위치한 38번 국도 건설 사업 구간 중 하나인 신기-미로 국도 공사와 관련 삼성물산과 정부 간 소송전이 장기화되는 등  '38번 국도 건설'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좀 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가급적 논란을 하루 속히 해결하겠는 입장이나, 시행사인 삼성물산이 제기한 소송전에 논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사찰과의 협의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애꿏은 주변 주민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청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5월초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안의리~미로면 하정리일대에 위치한 '신기~미로 국도 공사' 구간에 대한 공사를 멈추고 정부를 상대로 공사 지연 사태로 인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지연 사태'의 핵심적인 원인에는 공사 구간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인 '원정사'와 관할소재 행정기관간 수년간 지속해온 해묵은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안정사 인접 도로 구간 공사 지연에" ...삼성물산, 관할 행정기관 등  정부 상대로 '손실보상' 소송 제기

 

청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신기-미로 국도 공사 중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안의리~미로면 하정리 일대의 미개통구간에서 공사 지연 사태로 발생하고 있는 간접비에 관한 손실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소송과 관련해 공사 지연에 관한 귀책 사유가 정부과 삼성물산간 어느 쪽에 있는지를 두고 양측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삼성물산간 소송을 야기한 공사지연 사태의 핵심적인 원인은 도로 건설이 이뤄지도록 계획된 구간에 위치한 사찰인 '안정사'에 대한 피해 보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관련법에 의한 평가로 책정한 피해 보상 금액이 해당 사찰에서 요구하는 보상액과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건설사 측에서도 국가차원에서 지급되는 부족한 보상금액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해졌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공사 지연에 따라 인력·장비 운용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한 정부의 배상이 지급되지 않으니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 지연에 대한 논란에 대해 박치석 도계번영회 지역상생현안위원장은  "도로 공사 계획 원안에서는 본선 도로가 안정사에 너무 가깝게 설계돼 있어 본선 도로 건설 강행시 안정사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즉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원주지방국토청 양측이 주변 환경을 외면한 채 공사계획을 추진하면서 분쟁이 야기,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공사지연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주민들은 본선 도로 완공이 가장 큰 목적이며 이와 관련해 1만명에 이르는 시민의 서명을 담아 감사원에 집단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며 "해당 공사에 안정사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소지가 있어 일부 설계 변경(노선 변경)을 통한 완공을 요청했고 이것이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현재 문제가 발생한 도로 구간에 대해 "문제가 되는 구간에 위치한 간선 도로는 본선 도로와 접속도 돼 있지 않을 뿐더러, 개통이 된다해도 주민들의 이익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아 당국의 건설 강행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관할 자치 단체인 삼척시도 최초 설계 당시에는 이같은 부체 도로 개설을 요청한 바 있으나, 해당 도로로 인해 개통이 지연되고, 부체 도로가 개설됨으로써 주민들의 이익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삼척시가 국토청에 부체 도로 건설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사-원주지방국토관리청 수년간 '갈등'...원정사측, "당국, 사태 해결 위한 적극적인 협의 의지 없어"

 

한편 해당 도로 건설에 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찰인 안정사는 이미 5년 전인 2017년의 시점에서부터 도로 공사를 놓고 당국과 숱한 갈등을 겪어왔다.

 

당시 관련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공사 발주처인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하 원주지방국토청)과 평가 담당 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은 해당 사찰의 위치를 폐가 지역으로 잘못 표기해 평가를 진행하거나, 일대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발견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등 엉터리로 평가해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수년간 갈등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삼성물산과 정부간 소송으로 이어진 원정사와 원주국토청 사이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원주지방국토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삼성물산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한 구간의 공사 지연 사태와 안정사에 대한 토지 보상 문제는 관련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안정사가 공사 지연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사가 현재 당국에 요구하는 여러 사항들이 있다"면서 "그 부분이 해소가 되지 않아 안정사 측에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게 현장에서 방해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원정사가 어떤 이유로 공사 지연을 유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정사측 관계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이미 문제의 도로 건설에 관한 소송에서 승소해 안정사 인근 도로 건설에 대한 당국의 고시를 취소시킨 바 있다"면서 "두 번의 소송에서 이 같은 결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에서 또 다시 같은 구간의 도로 건설을 고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협의 과정에서 안정사는 이미 당국의 4차선 안을 수용한 바 있다"면서 "사찰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에 도로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공사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대체 통행로나 이주 대책, 문화재 보존 방안 등과 함께 공사로 인해 생긴 사찰 건물의 균열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사 지연 사태와 관련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원정사측 관계자는 "일전에 원주지방국토청 측에서 국회에 원정사가 보상 금액이 부족해 이 같은 공사 지연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면서 "이는 왜곡된 주장"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원주지방국토청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위해 사찰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원주지방국토청의 관계자는 "국토청은 안정사, 기업, 시민 단체의 요청 사항을 반영한 안을 검토중에 있으며 최대한 빨리 미개통 구간을 개통해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이 삼성물산의 소송으로 38번 국도 건설 공사를 둘러싼 당국과 안정사 사이의 갈등이 재 조명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원주지방국토청 등 정부가 사태 해결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치석 위원장은  "시민들은 이에 대한 소송의 귀추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폐광 지역으로 통하는 유일한 본선 도로가 조속히 완공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공사 지연으로 시민들의 불편함이 커지고 교통사고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공사 지연 사태의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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