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골퍼가 친 공이 코스를 벗어나 예상되는 낙하지점에 가서도 발견되지 아니하여 잃어버린 공을 일명 로스트볼이라 한다.
필드에서 일어버려진 공들을 수거하여 세척한 후 재판매되는 로스트볼은, 볼을 많이 잃어버리는 골퍼들이 구매하여 재사용한다. 새볼보다는 비거리와 방향성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렴하기에 공을 잃어버리더라도 마음의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에서 다른 골퍼가 잃어버린 로스트볼을 가져갈 경우 절도죄,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을까.
골프장 관리자가 1~2개월에 1회씩 일괄 수거하기 때문에 평소 수거해가지 아니한 골프공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알고, 피고인들은 2010. 3.경 4회에 걸쳐 골프장 주변 개울에서 흙과 낙엽에 묻혀있던 골프공 약 1,672개를 건져내어 되팔고자 수거하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가져간 공이 골프경기자들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절도에 해당하고, 골프경기자들이 소유권을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골프장 시설관리자가 로스트볼을 선점하였다 할 것이므로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1. 6. 28. 선고 2011노622 판결).
그러나 대구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이 로스트볼을 수거한 장소가 골프장 정문에서 국도를 따라 약 500미터 진행하다가 좌측으로 난 비포장형태의 소로를 따라 10여 미터 들어간 곳에서 아래쪽으로 얕은 개울이 흐르는 곳인 점, 해당 장소에 출입제한의 표지가 없었던 점, 골프장에서 위 개울까지 직접 갈 수 있는 통로는 없을 뿐만 아니라 잡풀이 우거져 있어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점, 로스트볼의 가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골프경기자들이 회수를 단념한 공으로서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묵시적인 의사를 표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즉, 골프경기자들이 소유권을 유보하는 의사표시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무주물에 해당한다고 보아, 절도 또는 특수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로스트볼이 있었던 장소는 골프장 안이 아니라 골프장의 관리구획을 벗어난 구역으로서 자연상태 그대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지배·관리되는 장소로 보기 어려운 점, 골프장 정문을 통하여 외부로 난 길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점, 위 개울가에 진입하기까지 출입제한 또는 관리주체를 밝히는 표지가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골프장 관리자가 주기적으로 해당 개울가로 떨어진 로스트볼을 수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로스트볼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다. 즉,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의 취지에 따를 때, 골프장 내에 있는 장소의 로스트볼을 되팔고자하는 마음으로 수거하거나, 관리주체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소의 로스트볼을 수거할 경우 절도 또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또한 절도 등 재산 범죄에 의하여 불법으로 가진 로스트볼임을 알고 있음에도 판매를 위하여 구입한 골프공 판매자는 장물취득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
라운딩을 하며 로스트볼을 발견할 경우 먼저 본 사람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다수의 로스트볼을 수거하지 않는 이상 형법상 처벌되어야 할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판결에서도 피고인들이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되팔고자 하는 마음으로 골프장내 다수의 로스트볼을 수거하는 경우 절도죄 되는 점유이탈물횡령죄의 성립 소지가 있음을 명심하여 위법한 로스트볼 수거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양성국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