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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미봉책에 불과하다

 

【 청년일보 】 미봉책(彌縫策)은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결점이나 오류를 임시로 덮어 감추는 계책을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제도가 바로 미봉책이다. 국가의 불균형적 발전이라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시정할 수 없는 수단인 동시에 본질을 가리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골자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해당 지역에 소재한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나온 인재, 이른바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본질을 해결할 수 없는 임시방편인가?

 

첫째, 이 제도의 근간이 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자체가 국가균형발전에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2020년에 이르러 일차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을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가 매번 만석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 투입되는 대절비만 연간 2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둘째, 전체 취업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효과적인 수단이라 볼 수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한 해 응시자는 50만여 명에 달한다. 시차는 있겠으나 이와 비슷한 숫자가 매년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적체된 실업자를 고려하면 구직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 공공기관의 전체 채용자는 2만 명 남짓이라고 한다. 여기서 의무규정 적용기관 여부, 예외 항목, 의무채용비율 등을 고려하면, 이 제도에 따른 채용 규모는 많아야 2천 명이다. 오히려 지역산업을 특화하고 민간기업을 유치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셋째, 장기적으로 보면 ‘언 발에 오줌 누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잠깐의 효력은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기회의 평등을 무시함으로써 청년의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안의 심사 과정에서는 당파를 막론한 지역이기주의만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 지역불균형 문제 역시 심각한데, 이들을 깡그리 수도권으로 싸잡아 제외했다. 진짜 지역인재들은 여전히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에 돌아오려니 지역인재가 아니란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의 잔여화(residual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

 

불균형으로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그리고 더 큰 불균형을 낳고야 만다. 국가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거주·이전의 본능을 거스르는 정책을 거두자.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인 티부(Tiebout)가 증명했듯, 사람들은 자유로운 이동으로 ‘발에 의한 투표(voting with one's feet)’를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글 / 구한민 연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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