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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찰스 시대' 개막...반군주제 포용은 과제

인종과 종교에 대한 포용...왕실 현대화 표명
반군주제 단체들 "군주제는 구시대적 제도"

 

【 청년일보 】 1천여년 전통을 유지한 가운데 70년만에 열린 영국 국왕 대관식은 경건하면서도 화려하게 치뤄졌다. 처음으로 영국 국교회 외에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하고 여성 사제가 처음으로 성경을 낭독하는 등 다양한 현대적 가치를 반영하려 노력했다는 평가다. 

 

6일(현지시간) 70년만에 열린 영국 국왕 대관식을 통해 위에 오른 찰스 3세는 왕세자 책봉 이후 65년간 기다린 '대장정'에 나섰다.

 

◆인종과 종교에 대한 포용...왕실 현대화 의지 담은 대관식

 

대관식은 '섬기는 소명'을 주제로 승인(Recognition), 서약(Oath), 성유의식(Anointing), 왕관 수여식(Investiture), 즉위(Enthronement) 등 순서로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대관식에서는 역대 국왕 중 처음으로 서약에 이어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를 내 '모든 믿음과 신앙에 축복'이란 내용이 담긴 특별 기도문을 낭독했다. 

 

웰비 대주교는 성유 바르기 의식에 이어 보석 444개가 박힌 무게 2.23㎏의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에게 조심스럽게 씌웠다. 이어 그가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이 이를 제창해 '찰스의 시대(Carolean Era)'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커밀라 여왕은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쓴 왕비관을 받았다.

 

대관식은 특히 흑인, 여성, 다른 종교 지도자 등이 예식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국교회 외에 무슬림, 힌두, 시크,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동참했다.

 

1% 정도에 불과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때와 달리 오늘날 타민족 출신 영국인이 25%에 달할 정도로 다문화 사회가 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전통과 현대적인 가치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란 분석이다. 

 

대관식에 초청된 인사들 가운데 한국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자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손녀 피네건과 함께 대관식에 참석했고,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와 함께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등 전직 총리와 리시 수낵 현 총리 등 살아있는 전현직 총리 8명도 모두 참석했다.

 

 

◆'철통 경비'를 예고한 경찰과 시위대 충돌...항의 시위자들 일부 체포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금으로 치르는 대관식 비용은 1억파운드(1천7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천600만파운드(약 944억원)로 추산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비용의 2배다.

 

규모는 줄었지만 '간소한 대관식'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왕실 지지율이 낮아지고 물가 급등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거부감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자산이 많은 왕실을 위해 거액을 들여 대관식을 치르는 데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런던 경찰은 이날 대관식 행사를 위해 인력 총 1만1천500명가량을 치안 유지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관식에 맞춰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Republic)' 등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에서 반대 시위를 조직했고, 이 단체를 이끄는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가 사원과 가까운 트래펄가 광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다만, 경찰은 스미스 대표를 체포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리퍼블릭 측은 스미스 대표 등 주최 측 인사 6명이 대관식 시작 3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7시30분께 트래펄가 광장에서 플래카드와 음료 등을 준비하던 중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됐으며 플래카드도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대관식 사고 방지를 위해 '철통 경비'를 예고한 경찰과 시위대가 한때 충돌하는 상황도 일부 빚어졌다. 대관식에 맞춰 시위를 벌인 환경 운동단체 소속 회원들도 최소 19명이 현장에서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치안 방해, 공공 방해 모의 등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에서는 지난 3일 도로·철도 등을 막는 시위대를 최대 12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질서법이 발효됐다.

 

또한 영국 내무부는 '리퍼블릭' 등 군주제 반대 단체들에 공공질서법에 관해 회원들에게 알려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대관식이 치러진 6일(현지시간) 런던 등 곳곳에서 군주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시위가 일어나 50여 명이 체포됐다.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 회원 등 수백명 런던 중심가에 모여 '내 왕이 아니다(#NotMyKing)'라고 적힌 노란색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왕실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고 현대 입헌 민주주의에서 왕실이 차지할 자리가 없다며 왕 대신 선출된 국가원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웨일스 카디프 등 영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수백명이 모여 반군주제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군주제를 폐지하고 국민들을 먹여살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왕정 타도"를 외쳤다.

 

 

◆반군주제 단체들 "군주제는 구시대 제도"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반군주제에 대한 포용이 찰스 3세 국왕에게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찰스 3세는 왕실 현대화를 추진하며 즉위 직후 활동하는 왕족과 왕실 직원 수를 줄이는 계획을 내놨다.

 

최근 앤드루 왕자와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에서 빠졌고 글로스터 공작과 켄트 공작 부부는 활동이 줄었으며, 아래 세대들이 그 뒤를 이어 공적 업무를 새로 하진 않고 있다.

 

다만 반군주제 단체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대립각을 세운 군주제가 구시대 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상징적인 실례로 대관식에서 찰스 3세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오마주(경의) 의식 때는 캔터베리 대주교, 윌리엄 왕세자에 이어서 현장에 있거나 TV로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은 성직자, 왕족 다음으로 귀족들이 국왕 앞에 나와 무릎을 꿇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이와 관련 군주제에 반대하는 단체 '리퍼블릭'은 "민주주의에서는 국가 원수가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며 "이는 대중을 경멸하는 공격적인 제스처다"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녹색당의 제니 존슨 상원의원은 "1억파운드(약 1천700억원)가 넘는 대관식 비용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들에게 주는 게 나을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군주제가 구시대 제도라고 생각하는 상황에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은 이상한 요구로 들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호주의 공화국 전환 운동 재점화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호주에서는 1999년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지만, 55%가 반대표를 던져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공화국 전환 운동은 오랜 동면기를 거쳤다가 작년 9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와 함께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앞서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한 뒤로 호주 유권자 중에서 공화국 전환 찬성은 36%에서 39%로 증가했으며 반대는 37%에서 31%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수 공화국론자로 알려진 폴 키팅 전 총리는 작년 10월 시드니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영국 왕실이 호주의 공화국 전환을 원한다고 믿는다면서 찰스 3세가 호주에 대한 주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지난 3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호주 정부의 방문 요청에 대해 논의하던 중 자신이 호주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호주 방문을 걱정하는 것은 호주 내에서 이제 군주제를 벗어나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호주에서는 애버리지널(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을 호주 최초의 주민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 중이다. 호주 헌법은 영국이 주인 없는 땅에 나라를 세웠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바꿔 호주 대륙의 주인이 원주민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호주 내에서는 공화주의자인 앨버니지 총리가 이번 개헌에 성공하면 다음 총선에서는 공화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스티븐 스미스 신임 영국 주재 호주 연방 고등판무관은 최근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호주의 군주제 폐지는 시간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호주는 이미 서서히 군주와 결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2월 호주 중앙은행(RBA)은 1992년부터 엘리자베스 2세 초상이 인쇄돼 있던 5호주달러 지폐 앞면에 찰스 3세 초상 대신 원주민 문화 관련 도안을 넣는다고 발표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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