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 (월)

  • 맑음동두천 -6.5℃
  • 맑음강릉 0.7℃
  • 맑음서울 -3.4℃
  • 구름많음대전 -2.2℃
  • 맑음대구 1.4℃
  • 맑음울산 0.2℃
  • 구름많음광주 1.7℃
  • 맑음부산 1.3℃
  • 흐림고창 1.4℃
  • 구름많음제주 8.4℃
  • 맑음강화 -3.5℃
  • 맑음보은 -4.4℃
  • 맑음금산 -3.2℃
  • 맑음강진군 0.5℃
  • 맑음경주시 1.7℃
  • 맑음거제 0.3℃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AGF와 지스타...이들 축제가 보여준 게임산업의 '현주소'

 

【 청년일보 】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최근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와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X 게임 페스티벌 'AGF'가 불과 몇 주 간격으로 열리며 게임업계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두 행사 간 간극은 오히려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둘 다 게임 행사인데 왜 이렇게 다르지?"라는 질문도 나온다. 답은 단순했다. 각 축제가 겨냥하는 시장과 생태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앞으로 한국 게임업계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올해 AGF는 확연했다. 주인공은 '기업'이 아니라 캐릭터와 팬덤이었다. 전시 공간 대부분을 점령한 것은 이용자들을 위한 문화와 2차원 콘텐츠, 그리고 이를 즐기기 위해 줄을 서는 이들의 열기였다.

 

특별한 신작 발표 없이도, 팬 굿즈·콜라보·현장 한정 이벤트만으로도 행사장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소비가 눈에 보이게 이어지는 구조가 완성됐다. 즉, AGF는 '마케팅 행사'가 아니라 '소비 시장 그 자체'였다.

 

게임업체들 입장에서도 AGF는 효율이 높다. 거대한 부스 디자인이나 대규모 무대 연출 대신, IP 중심 체험과 팬 커뮤니케이션에 투자를 집중한다. 비용 대비 화제성이 크고, 팬덤의 충성도가 높아 커뮤니티 기반의 장기 이용자 유지 전략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AGF가 소리 없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결국 팬이 지갑을 열고 시간을 쓰는 공간이 확실히 '경험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스타는 올해도 20만명이 넘는 방문객 수를 기록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복잡했다. 겉으로는 흥행 같지만, 콘텐츠 측면에선 빈 공간이 너무 많았다는 지적이 업계와 이용자 양쪽에서 동시에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성 부재다. 정작 이용자들은 새로운 게임 경험을 원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전시 참여' 자체에만 집중했다. 심지어 일부 대형 게임사들은 올해엔 참가하지도 않았다.

 

현장 반응 역시 "볼 건 많지만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많았다. 이벤트는 늘었지만 콘텐츠의 밀도가 떨어지는 구조였다는 평가다.

 

이렇듯 지스타는 이제 콘텐츠 축제가 아니라 마케팅 쇼케이스에 가까워진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 눈높이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스트리밍, 사전 체험, 글로벌 쇼케이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현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없다면, 지스타는 흥행 지표와 무관하게 영향력을 잃어갈 수 밖에 없다.

 

AGF가 보여준 것은 '팬덤 기반 경험 경제'이고, 지스타가 드러낸 것은 '전시 중심 B2C 마케팅 구조의 한계'였다. 이용자는 체험, 구매, 커뮤니티, 세계관 몰입까지 '능동적 참여'를 요구했고, 게임사는 신작 홍보 → 시연 → 이벤트 구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제 이용자는 이런 구조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AGF 성공은 게임이 '플랫폼을 넘어 문화'로 확장될 때 탄력이 생긴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에 한국형 게임쇼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지스타가 계속해서 '전시장 규모 경쟁'에 머물면, 결국 AGF 같은 팬덤 중심 콘텐츠 행사에 존재감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스타는 팬덤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연결, 실제 게임 경험을 기반으로 한 몰입형 콘텐츠, 시연·홍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참여형 이벤트' 강화, 개발사 중심이 아닌 플레이 경험 중심 큐레이션 등 게임 자체를 중심에 다시 세우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게임사들이 온라인 중심 쇼케이스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지스타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볼 만한 축제'는 AGF가 될 것이고, '가긴 가지만 남는 건 적은 행사'는 지스타가 되는 흐름이 더 공고해질 것이다.

 

두 행사를 연달아 지켜본 바 결론은 단순했다. AGF는 팬을 중심에 둔 축제의 가능성을, 지스타는 전통적 게임쇼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지스타가 AGF처럼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지스타는 '게임'보다 '전시'가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 게임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행사부터 '이용자 중심'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되짚어볼 때가 됐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