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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승객 잡아먹은 '배달 플랫폼', 붕괴하는 '승강장' 되나?

 

【 청년일보 】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이미 소비자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우리네 일상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

 

본래 플랫폼(Platform)은 역에서 기차 등 교통수단을 타고 내리는 장소, 즉 승강장(乘降場)을 의미한다. 

 

오늘날 시민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수면에 이르기 위해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정차한다. 교통·엔터테인먼트·소비재 구매 심지어 부동산 영역까지 각기 다른 플랫폼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앞세우며 늘 우리의 면전에서 손짓한다.

 

이들 플랫폼 중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룩한 분야는 단연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속히 성장한 '배달 플랫폼'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별도의 통화나 대면 없이도 간편히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안전히 배달받을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실제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3조4천155억원의 매출과 6천9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022년) 대비 각각 15.9%, 65% 급증한 수치다.

 

우아한형제들은 승객이 북적거리는 '배민'이라는 승강장을 등에 업고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13년 만에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한 셈이다.

 

물론,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식(食)'의 영역에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증진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플랫폼의 긍정적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이들 플랫폼이 어떠한 기반 위에 '승강장'을 쌓아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와 반성이 필요하다. 

 

배달 플랫폼은 통상 배달 중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영세 자영업자에게 판매하는 '배민 깃발' 등 B2B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플랫폼의 편의성을 앞세워 영세 자영업자의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가열함으로써 돈을 끌어모으는 게 배달 플랫폼의 본질적인 수익 모델이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의 수익 창출 기반은 현존하는 상품에 대한 실제적인 '생산 혹은 제조'가 아니다. 이들이 건설한 배달 플랫폼의 저변에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일반 소비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플랫폼은 이들이 존재해야만 무형의 '서비스'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배달 플랫폼의 수익구조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사용자 이탈로 경쟁이 심화하자 이들 업체는 이른바 '무료 배달'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붙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무료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들이 수취하는 배달 중개 수수료의 변동은 없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손'을 활용해 영세 자영업자의 경쟁구조를 심화하며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게 하는 한편, 현장에서 배달을 직접 수행하는 라이더들에 돌아가는 수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승객들 사이의 갈등을 촉발할 뿐이었다.

 

승객들은 승강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법률로서 규정되지 않은 플랫폼의 자율적인 '약관' 속에 서로 간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승객 역시 승강장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노출되는 한 사정은 다를 바 없다.

 

당초 승강장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승강장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승강장이 승객에 불필요한 책임을 전가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행태를 지속한다면, 그 승강장은 점차 녹이 슬고, 결국에는 금이 가면서 종국에는 '폐역(廢驛)'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승객으로 북적이고, 번쩍이는 편리함으로 무장한 것으로 보였던 승강장이 스산한 폐역으로 변모하게 돼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장소가 됐을 때의 후회는 무의미할 뿐이다.

 

전화 한 통이면 별도 요금 없이 철가방을 들고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하던 20여 년 전의 과거를 기억하는 이는 이제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쉽사리 이 같은 과거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배달 중개'라는 창의적 수익구조를 발굴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낼만 하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향수 섞인 토로가 아니다. 이들 수익의 가장 원천적인 근원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 라이더와 소비자가 을이 아닌 갑으로서 존속하고 이를 인정해야만 이들의 사업모델 역시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작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민 깃발' 상품판매 행태에 관해 질의를 받은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의 답변이 뇌리에 남는다. 

 

당시 함 부사장은 배민의 깃발꽂기 광고가 명백한 부당행위라는 지적에 즉답을 피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이와 함께 고전 자본주의의 선구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자신의 저서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 남긴 다음과 같은 말도 함께 스친다.

 

"거만하고 냉혹한 지주가 자신의 넓은 들판을 바라보면서 이웃의 궁핍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확물 전부를 혼자 소비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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