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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후준비 하는 곳이냐"...낙하산인사 논란에 휩싸인 금융권

 

【 청년일보 】 "금융업권의 규제 완화로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금융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자유'였다. 그러나 실제 금융당국의 행보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금융권이 인사 시즌에 돌입하면서 금융당국의 입김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BNK금융지주을 시작으로 국채은행인 기업은행, 완전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지주까지 여러 전직 금융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낙하산 풍년'이 예상되고 있다.

 

관치금융의 의혹은 신한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 벌어졌다. 신한금융은 과점 주주인 일본주주들의 입김이 강한 만큼, 외부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은 사실상 굳어지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그는 올해 6월 부정채용 관련 대법원 무죄를 받으며 '법적 리스크'를 없앴고, 올해 '리딩금융' 탈환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조 회장은 회장 후보 면접 후 세대교체와 신한금융의 미래를 고려해 회추위와 이사회에 용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낙점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만약 조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결심을 했다면 숏리스트가 결정된 이후 약 일주일간 용퇴를 선언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최종 면접날 밝힌 용퇴 선언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신한금융 측이나 금융당국에서는 외부 압력에 대해선 철저히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신한금융 회장 인선이 관치금융의 신호탄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관치금융에 대한 기류는 올해 국정감사 때부터 불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처음으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에 특혜를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회장이 아들이 근무하는 증권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결국 김 회장은 이를 통감하고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BNK금융지주는 회장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차기 회장 선임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회장 후보군에만 19명이 인사가 거론되는 등 내부인사와 외부인사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안감찬 부산은행장 등 내부 인사가 대거 포함됐지만, 이사회는 정관변경을 통해 외부 수혈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도전에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이끌어냈고, 실적면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며 연임 가능성을 높여왔다. 


다만 손태승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라임사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연임이 가능하게 됐다. 

 

더욱이 올해 벌어진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를 비롯, 가상자산 관련 수상한 외화송금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손 회장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손 회장이 법원에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통해 연임 의지를 이어갈 수는 있다. 다만 그럴 경우 금융당국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은 우리금융 이사회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이후 금융당국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재차 손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면서 관치 금융 논란을 부추겼다.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이 원장은 "자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에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상충되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관치 금융에 대한 의혹은 여전한 모습이다. 

 

NH농협금융지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협금융의 지분 100%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 회장에게 통상적으로 '2+1' 임기를 보장해왔다.

 

그러나 손병환 회장의 경우 관피아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 내부승진을 한 인물이기 때문에 사실상 연임은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는 박근혜 정부의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IBK기업은행 역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을 윤종원 현 행장의 후임으로 선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직전 금감원장이 피감기관(기업은행) 수장으로 간 전례는 없다"며 출근저지 투쟁 등 포함한 강경책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금융권에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윤석열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사실상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은행들이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금융당국의 지원 속에 IMF, 금융위기를 견뎌온 전례를 비춰볼 때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윤활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피감기관의 인사에 개입한다는 점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은행들이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는 상황에서 수장을 외부인사로 결정한다면 그 명분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금감원 등 당국 인사들의 노후를 보장받는 곳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반복될 경우 시장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새기길 기대해본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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