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 팁(Tip, 봉사료)을 요구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8월 서울 한 카페에서 팁 요구를 경험했다는 글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쓸데없는 문화까지 수입했다"는 비아냥이 담긴 반응도 다수를 이뤘다. 

특히, 해당 카페가 별도의 서비스가 없음에도 팁을 요구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해당 카페는 제조된 음료를 직원이 서빙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팁을 받을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서비스에 따라 지급하는 팁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또한, 아직 어떠한 서비스도 받지 않은 주문 시점에 팁을 요구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몇몇 카페가 계산대 등 매장 안에 팁박스를 비치했다는 글과 인증 사진이 연이어 SNS에 게시됐다. 

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편한 감정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난 8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네이트Q'를 통해 성인남녀 1만2106명을 대상으로 팁문화 국내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78%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팁 문화의 '최종지불가격 표시제 위반' 혐의와 '탈세 가능성'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외부에 음식가격을 표시할 때 부가가치세, 봉사료 등을 포함해 명시해야 하는 '최종지불가격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종지불가격 표시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다. 

더불어 팁이 음식값과 별도로 지급되는 만큼, 매출 혹은 급여는 오르지만 이에 대한 세금 징수는 정확히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외에도 서비스업 종사자의 임금 불안정과 업무 환경의 악화 등도 팁 문화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일찍이 팁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도 꾸준히 지적됐던 부분이다. 

마이클 린 코넬 호텔 경영대학원 소비자 행동 및 마케팅학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팁이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균형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근본적으로 팁은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보상 혹은 인센티브로 제공된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팁은 지급하는 소비자의 성향과 당일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업원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어 경제적 불안을 겪는다.

팁 문화가 보편적인 미국에서는 경영주가 팁을 고려해 종업원의 임금을 결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종업원은 낮은 기본임금을 받으며, 그 부족분을 팁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는 특징을 가진 팁은 종업원의 안정적인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팁은 종업원의 외모와도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종업원은 제공한 서비스의 질이 아닌 외모에 따라 수입에서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와 종업원 간의 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 오는 소위 갑질, 성희롱도 문제로 거론된다. 팁 제공 여부, 팁 금액 산정은 온전히 소비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경제적 상황에 놓인 종업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정권을 가진 소비자가 갑질, 성희롱을 해도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갑질'은 국내에서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사이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9.2%가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국내·외를 불구하고 팁 문화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권과 노동권 확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쏟아지는 대한민국에서, 소비자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팁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