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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워라밸'과 상충 가치의 조율…'임계점'의 명확화와 제도화

 

 

【 청년일보 】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덧 어색한 현상이 아닌 보편화된 사회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란 지적이다.


특히 워라밸에 있어 일과 삶이라는 가치의 선택 기로에 직면한 MZ세대는 워라밸을 매우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달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응답이 36.6%를 차지하며 1위로 꼽혔다.


이어 29.6%는 월급과 성과 보상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 16.3%는 정년 보장 등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업, 10.4%는 기업과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 3.8%는 기업문화가 수평적이고 소통이 잘되는 기업 등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워라밸 문화가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워라밸' 및 '주 52시간 근무제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일보다 개인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문화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완전하게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워라밸 문화가 정착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개인'보다 '일'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43.5%, 중복응답)와 넉넉하지 않은 경제적 수준(41.1%), 과도한 노동시간(38.8%)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 밖에 MZ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영진 리더십 유형으로는 '소통형(77.9%)'으로 나타났다. 일과 개인의 삶이란 가치 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소통의 중요성을 반영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인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에 앞서 일을 위해 할당된 시간과 삶의 여러 측면 사이에서 개인이 필요로 하는 균형을 묘사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근무 체제에서의 직장인들을 살펴보면,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근무 체제에 요즈음과 같이 변화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최적의 근무 시간을 찾기 위한 실험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범 시행했으며, 우리나라는 탄력적인 근무 시간 조정을 위해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6월부터 포데이 위크 글로벌(4 Day Week Global)가 주관하고, 전 세계 73개 기업, 3천300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중간 평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과 근로자 모두 대체로 만족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해당 실험에서는 임금 100% 유지와 근무시간 20% 감축, 생산성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 등 3가지 사항을 상정하고, 주 32시간 동안 일하게 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근로 시간이 단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생산성이 유의미하게 올랐으며, 실험 전보다 매출이 44% 가량 증가했다는 점이다.


업무 생상성을 견인한 주된 요인으로는 '불필요한 업무 감축'이 꼽혔다. 참여 기업 및 근로자 주간 업무 중 20%를 차지하던 출장과 미팅 등의 업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갔던 것이다.


이 밖에도 근로자 대부분은 이러한 근무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스트레스가 개선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도 우아한 형제, 카카오, 휴넷 등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과 관련해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 중인 기업들도 있지만, 근로시간이 곧 생상성으로 직결되는 업종에서는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에는 '최대 주 69시간 근로'와 관련해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제'와 휴일·야간·연장 근로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축적해 휴가로 전환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각 주체 간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 있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각각의 입장을 최대한 맞춘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리 기업들도 이같은 워라밸 추구의 흐름에 발맞춰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주 4일 근무제와 같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임직원들의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특히 IT업계에서는 국내와 유사한 업무 여건인 경우 해외에서의 근무도 허용하거나, 출근과 재택근무 중에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근무제도 외에도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문화'를 만들어 조직의 단합력과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인재들의 확보와 함께 이탈을 막는 방법을 고안한 셈이다.


워라밸의 본질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추구함에 있다. 일과 개인의 삶이란 양립된 가치 상충 속에 행복과 만족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사실상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다만 각자의 최선을 위해 세대간 의사가 반영된 사회적 소통과 제도화 과정을 통해 막연한 트렌드에서 사회화 과정으로의 전환을 고민해 볼 때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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