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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생에서 재개발로"…'기조 바꾼' 서울시, '밀려 나는' 청년들

 

 

【 청년일보 】 지난해 10월 23일(프랑스 현지 시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심재개발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오 시장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내년(2023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해 2024년 첫 삽을 뜨게 될 것"이라며 "세운지구의 높이 제한을 풀면 시민들께 돌아가는 녹지 공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리브고슈는 낙후지역이었던 파리13구를 재개발해 거대한 상업·주거·교육·녹지 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를 위해 이 지역에 존재했던 철도 상부를 콘크리트로 덮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들을 신축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재·보궐 선거 활동 당시부터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강조했다. 이전 박원순 시장이 재생사업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개발과 재생사업은 도시의 낙후 지역을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동일하다. 하지만 접근 방법에 있어 차이를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재개발은 정비구역을 정한 뒤 이를 철거하고 주택과 기반 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방법이다.

 

이와 달리 재생사업은 노후지역을 정비, 개선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법이다. 재개발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라면 재생사업은 기존 공간을 되살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은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추진하며 재개발보다는 재생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박 전 시장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마을 활동가를 육성, 지역색을 살려 지역에 적합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성미산·성수동·삼각산·마포구 등의 마을활동가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세운상가도 그중 하나였다.


박 전 시장은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자 최고급 아파트였지만 원도심 과밀 억제 정책·강남개발·용산전자상가 개발 등으로 낙후된 세운상가를 재생사업지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세운상가는 1990년대부터 전면 철거가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곳이다. 지난 2006년에는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고, 상가군 북단에 있는 현대상가 1개 동을 철거했다. 그러나 보상 문제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면 철거 계획은 전면 보류됐고, 2014년 서울시가 세운상가 존치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재생사업 추진에 착수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세운상가를 메이커시티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었다. 전자·기계·공구 상점이 모여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해 청년 창업자·창작자들을 유인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상가 내에 부품도서관·전자박물관·테크북라운지·을지로예술공장 등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청년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청년지원 사업으로 청년사업가들을 유치하기도 했다. 서울시 지원 아래 세운상가에는 청년들의 발길이 옮겨졌다.  


해설사와 함께 세운상가 일대를 돌아보는 공정여행도 지원했다. '00은 대학연구소'는 여행을 진행했던 단체로, 청년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역 네트워크 확장, 지역 문화 가치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자 결성됐다. 이들은 기획자와 지역활동가가 돼 세운상가를 알리고 보다 많은 이들이 찾도록 다양한 강의와 투어를 진행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당선되고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바뀌며 세운상가에서 진행되던 재생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3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세운지구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해 '신산업 허브지역'으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도심재창조과 담당자는 "세운상가를 제외한 주변 지역을 먼저 철거한 후 시에서 순차적으로 상가를 매입해 향후 공원이나 녹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원금이 막히며 그 동안 활발히 활동하던 청년들도 하나둘씩 이곳을 떠나고 있다. 


투어를 진행했던 00은대학 측은 "현재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중단된 상태로, 청년들에게 주었던 운영권이 사라지고 지금은 시에서 공간 관리만 하고 있다"면서 "아쉬운 마음이 크고. 활동하던 친구들도 세운상가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에 입주한 청년사업가 이세준 카페 호랑이 사장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세운상가에 입주했던 건 주변 시장주민들과 어울려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였다"면서 "그런데 재생사업이 중단되며 처음 입점했을 때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지원 사업으로 이곳에 자리를 마련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싶어 모였던 많은 청년들이 다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옛 공간을 허물고 새로 들어설 공간에 이들 청년들을 위한 자리가 다시 마련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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