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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와 기업의 '아름답지 않은' 물가안정 동행

 

【 청년일보 】 "저희 A기업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마 전 모 기업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언뜻 보면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물가안정에 앞장서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면밀히 살펴보면 이런 행보는 최근 물가상승률과 무관치 않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p포인트(p) 오른 3.2%를 기록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앞으로 1년간 물가전망을 예측하는 지표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하락세를 이어오다 3월 상승세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달 과일 물가상승률은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p) 높았다. 이는 과일 물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이처럼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군다나 총선이 바로 코앞이다.


이에 정부는 1천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는 등 먹거리 가격 잡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아울러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한훈 차관 등도 유통업계 현장을 찾으며 물가안정 기조에 협력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은 장바구니 물가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식품가격을 인하하거나 인상계획을 철회하는 등 정부정책에 발맞추는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다만 그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제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동참은 거의 강제적으로 진행된다다"며 "동참하지 않으면 전방위적으로 조사가 들어오기 때문에 협조가 아니라 압박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이익을 창출해야만 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동분쟁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전쟁, 기후위기 등으로 원자재 값 급등과 함께 물류비, 임대료, 인건비 등 모든 것이 올랐다.


원자재 값의 경우 최근에는 소폭 내리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나, 이미 워낙 많이 오른 탓에 내려도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 역시 "기업이 적절한 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면 실적이 타격을 받고, 그럼 직원들의 연봉이나 성과급이 줄어든다"며 "결국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정부는 기업에 가격 인하 및 인상 자제 요청을 꾸준히 해왔다. 이에 따라 식품기업들도 그 기조에 맞춰왔으나, 이제는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선까지만 버티자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많은 것이 바뀌어서 총선 이후도 불확실하다"며 "무조건적인 가격인하 압박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때"라고 언급했다.


노자의 도덕경 제64장에는 '위자패지(爲者敗之) 집자실지(執者失之)'라는 말이 나온다. '억지로 행하는 자는 실패하고 억지로 꾸미는 자는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최근 식품기업들의 가격 인하 행렬은 국민경제에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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