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조(이하 전삼노)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향후 투표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현실화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앞서 지난 14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3차례의 조정회의를 열어 노사의 임금협상 중재를 시도했지만, 임금 교섭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조정 중지란 노사간 입장차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 중노위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절차를 종료하는 것이다.
이후 노조는 사측과 막판 조정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대화결과에 따라 교섭이 타결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양측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내달 5일까지 진행하는 쟁의 찬반투표에서 찬성율 50%만 넘어도 파업 등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노조는 찬성 투표율 80% 이상을 확보해 투쟁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노조가 과연 파업에 돌입할 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가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행동에 나서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번 때와 달리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한파'로 DS(반도체) 부문 초과이익성과급(OPI)이 0%로 책정된 이후 이에 반발하며 노조 조합원 수가 급증한 것이 그 배경이다.
지난해 9천명 수준을 유지하던 전삼노 조합원 수는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작년 12월 말에는 1만명을 넘어서는 등 3개월여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더군다나 업계 라이벌인 SK하이닉스가 지난 한해 연간 7조원이 넘는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직원 독려 차원에서 격려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자칫 반도체 생산라인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공정 특성상 24시간 멈추지 않아야 하는데, 만일 잠시라도 조업을 중단하게 되면막대한 비용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반도체 생산라인 중단에 따른 피해규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심하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생산라인은 전력공급 중단으로 가동을 멈춘 적이 있다. 당시 회사 측은 피해금액이 자그마치 4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같은해 말에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일부 라인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멈췄다가 정상화 되기까지 한달 가량 소요되기도 했다.
2023년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최근 D램 가격 상승으로 올해 1분기엔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노조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 셈이다.
기나긴 보릿고개를 넘어 상승국면으로 전환되는 중대한 시점에 삼성전자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국가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선도기업 위상과 평판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대치국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양측이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