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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족하고 제 역할 못하는 '스프링클러'...화재 사각지대 '여전'

 

【 청년일보 】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에선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수백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단수와 단전으로 주민 수백명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주민 수십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약 두달여가 흐른 이달 9일, 비슷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전북 전주에서 또 발생했다. 하지만 관할 소방청에 따르면 불길은 신속히 진화됐고 인명피해도 없었고, 주차한 2천4백대가량의 차량도 재산피해를 입지 않았다.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두 사건의 피해규모가 이토록 극명하게 차이난 것은 '스프링클러'가 제 역할을 했는지 여부다. 


실제 청라 화재가 확산된 원인으로 해당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야간 근무자가 준비작동식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임의로 막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즉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셈이다.


반면, 전주 아파트 전기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작동하고, 소방당국의 빠른 대처로 화재 발생 1시간여만에 불길을 잡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같이 화재 현장에서 스프링클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나 현재도 아파트 상당수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것은 지난 1990년 6월이 처음으로, 당시 16층 이상 아파트는 16층 이상의 층에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이후 1995년 11층 이상 아파트 전층, 2018년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으로 의무 설치 대상이 확대된 바 있다. 


문제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단지는 전국 4만4천208개 단지 중에 1만5천388곳으로 전체의 3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중 전층 설치된 아파트가 1만391곳, 16층 이상 설치된 단지가 4천997곳이다. 여전히 상당수의 아파트가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에 방치돼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교육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율도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건물 6만410개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6천166개(10.2%)에 그쳤다.

 

더욱이 아파트와 기숙사,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된 경우는 31.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화재현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경우 그렇치 않은 경우와 비교해 사망률과 재산피해율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허석관 소방청장 역시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시 제일 중요한 게 스프링클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을 인식해 숙박시설 등 대중이 이용해 화재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건축물은 층수나 규모에 상관없이 스프링클러 또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이 안에는 걸림돌로 거론되던 설치비용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화재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와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미 설치된 스프링클러에 대한 관리를 비롯해 화재의 사각지대를 없애 국민이 더욱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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