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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칙 깨트린 그린벨트 해제…실익(實益)도 모호하다

 

【 청년일보 】정부는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침을 밝혔다. 기업이 산업단지를 비롯한 공장이나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그간 허용되지 않았던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도 이번 조치로 인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허용해 개발가능한 물량이 남아있고 탄소중립 등 기후문제가 경제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 시점에 원칙을 깨면서까지 추진한 규제완화로 우리가 얻을 실익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그린벨트 제도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해 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97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에 총 5천397㎢의 그린벨트가 지정됐다. 이는 전 국토의 5.4%에 해당한다.


그러던 중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국민임대주택 공급, 보금자리주택 사업 및 산업단지 조성 등을 명목으로 해제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7대 광역도시권 내 3천793㎢의 그린벨트가 남아있다. 국토 면적의 3.8%다.


이번 정부 발표 후 지자체들은 늘어난 개발영토를 활용하기 위한 검토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며 반기는 가운데, 특히 전체 구역의 25.4%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는 울산은 크게 반색하고 있다.


현재 전국 그린벨트 중 1·2등급지 비율은 79.6%인데, 대표적 수혜 예정지인 창원과 울산 1·2등급지 비율은 각각 88.6%, 81.2%로 높은 편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꼭 필요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먼저, 기존에 개발이 가능하도록 풀어놓은 땅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결과, 지난 2021년 12월 말 기준 수도권과 부산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역에서는 지난 1999년 최초 배정된 그린벨트 해제가능 총량도 소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울산권의 소진율은 채 40%가 안돼, 최저를 기록했고, 대전권(41.1%), 창원권(44.1%)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민단체들 역시 이번 발표 후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실익이 거의 없다며 즉각 반대성명을 내놓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규제혁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국토관리의 종말"이라고 규탄하며 "그린벨트 훼손으로 잃게 되는 자연적, 생태적 기능 손실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토지이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운동연합은 22일 논평을 통해 "이미 조성된 산단이나 도내 광역적 토지이용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개발제한구역이 개발 1순위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이지도 환경적이지도 않다"며 "남아있는 개발제한구역은 경사도가 심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뿐 아니라 기후위기 공동대응을 당면과제로 삼는 국제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을 통해 국제사회는 지구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을 산업화 이전시기 대비 1.5도 수준으로 제한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 2023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평균기온이 170년만에 최초로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다며 경고를 보냈다. 


아울러 지난달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맞서 함께 행동할 힘이 없는 것 같다"며 "'기후붕괴'는 시작됐고 각국은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의결한 바 있지만 원칙적으로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한 것은 정부의 실천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일부 그린벨트에 대한 조정과 해제 필요성은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미래세대를 배려한 엄격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

 

정부가 스스로 인식하고 있듯 지구적으로 탄소중립이 환경이슈에서 경제이슈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을 깬 그린벨트 해제는 섣부른 판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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