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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마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

 

【 청년일보 】 대형 마트업계에 '혹한기'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급감한 이후 이를 다시 회복하는데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의 수요가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쏠리면서 주요 대형마트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한 대형마트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줄었을뿐더러, 1인 가구가 증가하며 3~4인 가구 중심의 상품으로 채워진 대형마트에 대한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다"라며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법적 규제 등으로 이커머스 대비 업계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형마트 업계는 일제히 신선식품 중심 매장으로의 변화를 도모하며 생존전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곳은 바로 이마트다. 이마트는 오랜 시간 유통업계의 전통적인 '공룡'으로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 1993년 서울시 창동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이마트는 국내 소비자에게 그저 '마트'가 아닌 '이마트'가 떠오르도록 하는 전략적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전개해 왔다. 이후 다양한 상품 구색과 노브랜드 등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놓으며 마트 본연의 경쟁력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마트 역시 대형마트업계 전반에 들이닥친 어려움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이마트는 유통업계의 신흥 강자인 쿠팡에 작년 유통업계의 1위 자리를 내줬다. 쿠팡은 작년 연간 매출액 31조8천298억원을 기록한 반면 이마트는 29조4천72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혹한기 속에서도 이마트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이커머스로의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신속히 대응하는데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지난 수년간 업계 전반이 온라인 기능 강화에 열을 올려 왔지만, 이마트는 비교적 뒤늦게 이러한 경쟁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2018년에서야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을 선보였다. 하지만 SSG닷컴이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자 2021년 국내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을 인수하며 한발 늦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마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SSG닷컴과 G마켓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이마트의 수익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SSG닷컴은 최근 사모펀드와 1조원에 달하는 풋옵션 갈등마저 불거졌고,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이마트의 지속 가능한 생존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순간, 이마트는 SSG닷컴과 G마켓의 수장을 교체하는 한편 '통합 이마트' 출범을 통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19일 SSG닷컴 대표에 최훈학 영업본부장을 내정하는 한편, 알리바바 출신의 정형권 신임 대표를 G마켓 수장으로 영입했다. 각각의 대표 모두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어 추후 사업 전개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SSG닷컴은 '프리미엄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G마켓은 보다 대중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소싱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마트의 본업인 마트사업 역시 자사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에브리데이와의 통합 법인 출범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는 이마트가 롯데마트·슈퍼의 사례처럼 상품 물류망을 통합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고 신선식품 및 자사의 PB 브랜드 특화형 매장을 출점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가칭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이마트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로서리 중심의 스몰 포맷 매장이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현재 이마트가 진행 중인 가격파격, 가격 역주행 등의 상시 초저가(EDLP)를 강화한 형태의 매장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유통시장 속 이마트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아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떠올리는 첫 번째 장소가 언제까지나 '이마트'가 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마트의 자리'에 언제든 다른 경쟁사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통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한 이마트의 치열한 고군분투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만큼이나 적확하고 기민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새로운 이마트로의 성공적인 도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중독적인 CM송을 떠올릴 수 있는 '국민 유통업체'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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