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그로서리 디스카운트 스토어 1호점인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 [사진=이마트]](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6285523262_7ffecd.png)
【 청년일보 】 '신선식품' 중심의 판매 전략을 둘러싼 대형마트 업계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한 대형마트 업계의 경우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나 비용은 늘고 있는 반면 수익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업계의 미래형 점포 구상 등 변화와 혁신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형마트 업계등에 따르면, 이마트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은 신선식품 위주로 상품 구색과 공간을 확보하는 등 치열한 '그로서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 3사 모두 그로서리 경쟁에 뛰어들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프라인 점포를 향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점차 줄고 있어 이 같은 경쟁 구도는 갈수룩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은 일제히 신선식품을 포함한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에 가장 먼저 군불을 땐 곳은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2년 2월 홈플러스 간석점을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해 오픈했다. 메가푸드마켓은 비식품류보다 신선식품과 즉석식품, 간편식 등 먹거리를 대폭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후 홈플러스는 기존의 메가푸드마켓을 '메가푸드마켓 2.0'으로 강화하며 장바구니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별 장보기 빈도, 구매 연관 상품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매 동선을 개선하고 진열 효율을 높였다. 이러한 매장 유형을 2023년 7월 홈플러스 센텀시티점에 최초로 적용됐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사진=롯데마트]](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6283991648_004dfc.jpg)
롯데마트도 2023년 12월부터 '그랑 그로서리' 매장을 앞세워 신선식품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랑 그로서리는 롯데마트의 식료품 전문 매장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신선 및 즉석조리 식품을 중심으로 먹거리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매장을 식료품으로 가득 채운 롯데마트만의 차별화된 매장이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 6월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을 추가 오픈하며 치열한 경쟁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비교적 뒤늦게 신선식품 경쟁에 합류했다. 이마트가 선보인 그로서리 특화 매장의 명칭은 '이마트 그로서리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작년 12월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 오픈과 함께 첫 적용됐다.
이처럼 각 대형마트 업체들이 신선식품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구체적으로 ▲오프라인 점포 기반 사업의 약세 ▲이커머스 플랫폼의 약진 등이다.
먼저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군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및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업종은 역성장했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편의점도 0.5%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당시 거주지와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편의점 업체가 크게 주목받으며 고성장세를 기록했왔지만, 편의점 마저 올해 1분기부터는 이러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명품 수요 공략을 위한 고급화 전략에 많은 역량을 쏟았던 백화점 시장 역시 0.5% 성장하는데 그쳤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1.8% 성장했지만, 이 역시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인한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약진도 오프라인 점포 기반 사업의 약세 원인과 맞물려 있다.
같은 곳의 자료를 보면, 이커머스를 통한 서비스·기타 분야 매출은 57.6% 급증했다. 또한, 온라인 식품 매출도 19.6% 늘었고, 생활·가정용품 분야 역시 가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이 적용된 홈플러스 서울 강동점. [사진=홈플러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6283456666_c0d045.jpg)
상황이 이렇자, 국내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은 잇따라 '신선식품' 위주의 제품 구색 및 공간 편성에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영업 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등을 적용받는 대형마트 업계로서는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상품군을 필수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체가 이커머스 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솔직히 말해 신선식품 분야가 유일하다고 본다"며 "마치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서 직접 과일과 채소 상태를 살펴보고 구매하듯, 대형마트도 이와 같은 쇼핑 경험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신선식품을 통한 '승부수'가 여전히 '고비용 저마진'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신선식품은 유통 과정 중 부패 등 상품 손상 가능성이 늘 상존하기 때문에,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업체의 한 일선 상품 기획자(MD)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신선식품이 판매되는 현재 추세를 고려할 때 신선식품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단순한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해외 인기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는 상품 수요 예측을 위한 데이터 확보와 같은 기타 부담도 함께 가중된다"고 부연했다.
이와 같은 비용 부담과 노력에 비해 신선식품은 타 품목 대비 큰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상품군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또 다른 현직자는 "신선식품은 본질적으로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생활 필수품 중 하나로, 고마진을 고려해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며 "대형마트에서 할인 행사가 상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원가 본전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한 "대형마트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전, 생활용품 등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마진을 남기고는 하는데, 오프라인 점포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어 마진을 남기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신선식품 상품군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업계의 신선식품 경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업체 내 부대시설(테넌트) 차별화 등을 통한 미래 전략 역시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여타 업계 대비 현실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인 대형마트로서는 '궁여지책'으로 신선식품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어렵다면, 소비자 집객 효과를 가장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신선식품군을 강화하는 전략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선식품 판매 과정에서 마진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통 과정에서 요구되는 각종 데이터를 체계화해 유통망 자체를 보다 효율화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쏟을 필요가 있다"며 "계절 및 트렌드 변화에 따른 인기 및 비인기 상품에 대한 수요 데이터를 축적해 유통과정에 투입되는 고정비를 최대한 절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선식품 분야 강화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현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테넌트를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백화점과 같은 프리미엄 테넌트는 아닐지라도, 대형마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이색적인 쇼핑 콘텐츠를 구성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대형마트 매장 자체의 주요 판매 상품은 그로서리 위주로 구사하되, 소비자가 체류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즐길 수 있는 쾌적한 공간과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이커머스 업계와의 경쟁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