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원화 예치금에 지급하는 이용료율을 두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간 경쟁이 과열됐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전 가상자산업계가 예상하던 평균 예치금 이용료율은 1% 미만이었지만, 거래소 간 경쟁으로 평균 이용료율은 1.8%까지 올랐다.
이번 예치금 이용료율 경쟁으로 증권사 예탁금의 이용료율이 재조명받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 이용료율은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간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한 비판의 시선은 끊이질 않았다. 예탁금을 운용해 얻는 수익에 비해, 예탁금의 주인인 투자자에게 주는 이용료는 '쥐꼬리만 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증권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기고, 증권금융은 이를 운용해 얻은 이익을 증권사에 배분한다. 증권사는 이 금액에서 예금자보험료, 감독분담금, 인건비, 전산비 등 제반 비용을 공제하고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문제는 증권사가 얻는 수익에 비해 투자자에게 너무 적은 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증권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률은 3.71%다. 1월에는 3.93%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2월 3.8% ▲3월 3.7% ▲4월 3.8% ▲5월 3.7% 등 매달 3%를 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는 이용료율은 얼마일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증권사 56곳(선물사 포함)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평균치는 1.27%에 그쳤다.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이용료율 평균은 1.08%다.
그간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자 증권사들은 다시 이용료율을 인하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 공시가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분기당 1회 이상 재산정해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해야 한다. 모범규준 산정 후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한 관심이 식자, 증권사들은 이용료율을 다시 조정했다. A 증권사는 올해 1월 예탁금 이용료율을 0.4%에서 1.02%로 인상했다가 지난 4월 0.98%로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1.06%에서 1.02%로 인하했다.
반면 투자자들이 맡기는 예탁금 규모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예탁금은 56조를 상회했다. 전년 동기(50조8천920억원) 대비 6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면 수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가 예탁금으로 얻은 이익은 8천억원에 육박한다. 그리고 투자자에게 지급한 이자는 1천600억원에 그쳤다.
'숫자'만을 두고 본다면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을 두고 '이자장사'를 한다는 시선은 피할 수 없다. 증권사는 예탁금 운용에 따른 위험 부담 없이 고객이 맡겨둔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혹은 예탁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저 '꿀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포기하기란 어렵지만, 그 수익은 결국 투자자의 지갑에서 나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라는 인식과 함께 운용수익을 투자자와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