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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년 LG트윈스 '찐팬'이 KS진출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청년일보】 군 복무시절부터 기자와 친하게 지내던 지인 A씨는 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를 20년 넘게 응원해온 '야구광'이다. 프로야구 42번째 챔피언을 가릴 한국시리즈(KS)가 7일부터 본격 막을 올리는 가운데 A씨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02년 준우승 이후 21년 만에 진출한 KS에서 '장기 무관' 한풀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LG트윈스는 준우승 이후 그간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의 고배를 여러번 마셨다. 

 

A씨는 이날만을 고대했고 마침내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입장권을 온라인으로 대량 구매한 뒤 일부 중고 매매사이트에서 정가 대비 몇 배 부풀려 파는 '암표상'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렸다. 팬들이 29년 만에 KS 우승을 갈망하는 만큼 티켓 수요가 높아진다는 점을 적극 파고든 것이다.

 

통상 KS티켓은 포스트시즌 입장권 단독 판매사인 인터파크를 통해서만 구매 가능하다. LG트윈스 홈구장인 잠실구장 같은 경우 프리미엄석은 장당 14만 원으로 가장 비싸다. 이어 테이블석은 장당 10만 원, 익사이팅존은 7만 5천원, 블루지정석은 7만 원, 오렌지석은 6만 원, 레드지정석은 5만 원, 네이비지정석은 4만 5천원, 그린지정석(외야석)은 3만원 가격이 책정됐다.

 

7일 열리는 KS 1차전 티켓 매물을 살펴봤더니 6만원 짜리 오렌지석 가격이 5배나 뛰어오른 30만원에 올라온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1루쪽 외야석 최대 4장의 표를 한번에 구입할 경우 기존 정가는 12만원인데 반해 무려 24만원대로 부풀려 판매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글 게시나 댓글을 통해 "한국시리즈 1차전 티켓 구매합니다", "3루 오렌지석 구매원합니다" 등 정가 대비 비싼 암표라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A씨도 마찬가지로 KS 1차전 티켓팅을 시도했지만 워낙 접속자 수가 많아 실패했다.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 암표 거래 상황을 살펴보기까지 한 A씨는 "3만원 짜리 외야석이 정가 대비 2배 오른 6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면서 "일부 암표상 세력이 기존의 정가보다 몇배 부풀린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분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암표상 대부분이 매크로 온라인 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을 대량 구매하고 있어 이를 감시할 만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실제로 관련 현행법을 살펴보면 암표 매매 처벌은 주로 오프라인에 국한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암표 매매는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다. 

 

구체적으로 흥행장과 경기장을 비롯해,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및 승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범으로 적발돼야 처벌이 가능할 뿐, 현재까지 온라인 암표 거래는 단속하고 처벌할 만한 근거 법률이 없는 상황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4월, 온라인상 불법적인 암표매매 행위 근절을 위한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매년 경기장뿐만 아니라 유명가수나 아이돌 공연 티켓 등 정가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암표상들의 불법행위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케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이를 단속할 만한 법적 근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암표를 사고 팔지 않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지만 공정한 경쟁 질서 차원에서라도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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